글로벌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1위 업체 SAP가 자사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HANA를 기반으로 한 기업용 소프트웨어(SW) 오픈 생태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SAP '비즈니스테크놀로지플랫폼(BTP)' 위에서 누구나 HANA를 적용한 기업용 SW를 개발하고, 앱스토어에서 판매할 수 있게 했다. HANA를 기반으로 개발된 SW는 데이터 구조가 동일해 상호 연동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iOS나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처럼 'HANA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HANA 개방형 생태계 전략이 통할 경우 SAP는 DB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확대하는 것은 물론,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10살 된 HANA..."기업 데이터 혁신 이끌었다" 평가
HANA는 고성능 메모리에 대용량 데이터를 적재하면서, 운영은 물론 분석 작업까지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DBMS다. 2015년 서울대 차상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원천기술이 기반이 됐다. SAP는 차 교수 팀의 기술을 인수하고 5년 간 추가 개발해 2010년 HANA를 처음 출시했다. 이후 SAP는 전사적자원관리(ERP)를 포함해 자사 주요 제품을 모두 HANA 기반으로 전환했다.
SAP의 솔루션은 HANA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HANA를 적용하면서 월등히 성능과 기능이 향상됐다.
ERP 제품인 SAP S/4 HANA는 이전 제품과 비교해 빠른 비즈니스 프로세스, 간소화된 데이터 모델, 트랜잭션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졌다.
SAP사용자그룹인 KSUG 김홍기 회장은 HANA 적용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이전 제품인 R3가 기업들에게 '프로세스 혁신'을 제공했지만 정보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S/4 HANA는 기업들 아무리 큰 데이터라도 실시간 의사결정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데이터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ERP뿐 아니라 인사관리(HR) 솔루션 '석세스팩터스'도 SAP HANA를 적용하면서 하루 최대 10억 건의 클라우드 트랜잭션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커스터머 익스피리언스'는 기존보다 65배 빠른 속도로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게 됐다.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는 "HANA 출시 초기만 해도 트랜잭션이 발생하고 있는 '계정계'와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정보계' 데이터를 모두 메모리에 넣어서 쓴다는 것은 공상과학 같은 생각이었지만 이제 대표적인 혁신사례가 됐다"고 HANA의 지난 10년을 정리했다.
■"HANA, 앞으로 10년 더 기대해야...애플리케이션 개발 패러다임 바꿀 것"
HANA 기반 개방형 SW 생태계를 그리고 있는 SAP는 "HANA가 지난 10년간 이룬 혁신보다 앞으로 10년 내 만들어 낼 혁신이 더 클 것"이라고 장담한다.
SAP는 BTP를 통해 더 많은 기업과 SW 개발사들이 HANA를 쉽게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BTP는 클라우드에서 HANA DB와 데이터 분석·지능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HANA를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상호 연동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 중에서 특히 개발 플랫폼으로서 BTP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BTP를 통해 HANA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활성화 된다면, SAP는 기업용 SW 제공 업체에서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거느린 플랫폼 기업으로 한 단계 진화할 수 있게 된다.
이성열 대표는 "BTP는 SAP가 SaaS(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한 기술을 총망라한 것"이라며 "이 것을 외부에도 개방해 다른 개발사들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하고, 또 앱스토어에 등록해 판매할 수도 있게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용 SW 업체인 SAP가 앱스토어를 제공한다는 게 낮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업용 SW도 애플이나 구글 앱스토어 생태계처럼 누구나 개발하고 등록해 서비스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SAP는 HANA 기반 애플리케이션들이 쉽게 통합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생태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SAP S/4 HANA 등 이미 기업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SAP 솔루션과 쉽게 통합가능 하다는 점은 외부 SW 개발 업체와 사용 기업에게 모두 상당한 메리트다.
예컨대 보험회사가 SAP와 연동되는 수가 계산 애플리케이션을 쓰고 싶다면, 앱 스토어에서 이미 반제품 형태로 개발된 앱을 이용할 수 있다. SAP ERP와 데이터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자동으로 연동가능하다. 이전에는 연동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개발도 별도로 필요했다.
KSUG 김홍기 회장은 "SAP 사용 기업들이 커스터마이징(맞춤화)을 많이하기 때문에 개발과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다"며 "BTP가 활성화되면 누군가 미리 만들어 놓은 솔루션을 쉽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성열 대표는 결국 HANA 기반 기업용SW 생태계가 커지면, 애플리케이션 개발 방식도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거래처리 정보와 그것을 가공한 분석정보가 메모리 상에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개발이나 관리를 이 중으로 할 필요가 없다"며 "애플리케이션 개발 방식부터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예컨대 은행시스템도 인메모리DB 방식으로 개발하면 앞으로 계정계와 정보계를 따로 수천억원씩 들여 개발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SAP는 BTP 확산을 위해 거점 시장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IT기술 활용에 능하고, 데이터 기반 혁신을 빠르게 수용하고 있고 봤다.
이에 SAP는 한국지사 설립 25년 만에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도 결정했다. SAP는 내년 2분기 내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BTP 플랫폼을 국내 기업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성열 대표는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배경에 대해 "특히 한국의 제조 기업들이 IT혁신에 있어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고 판단했고 BTP를 통해 혁신적인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도록 지원하기 위함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