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스타트업, 향후 3년이 '골든타임'...놓치면 도태된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인터뷰

방송/통신입력 :2020/11/05 08:50    수정: 2020/11/05 08:51

“국내 ICT 스타트업은 앞으로 3년이 골든타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대한민국 AI클러스터 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을 배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현재가 기술력을 앞세운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기라는 설명이다.

이한빈 대표가 운영하는 서울로보틱스는 자율주행에 필수인 ‘라이다’ 센서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하는 스타트업이다. 3D 라이더용 인공지능 인식 플랫폼인 ‘센서’를 국내 최초로 출시, 벤츠·BMW·볼보 등 굵직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파트너사로 두고 있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지난 4일 열린 대한민국 AI 클러스터 포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이한빈 대표는 국내 ICT 스타트업에 전례 없는 기회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대 경쟁자인 중국 기업이 미국·유럽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사이, 국내 스타트업이 빠르게 기술 격차를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춘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한빈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서울로보틱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회사가 보유한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자율주행에 필요한 3D 센서를 위한 AI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3D 센서로 유명한 것이 라이다, 이미징 레이더 등이다. 이런 센서들이 데이터를 수집하면 AI를 활용해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핵심 기술은 3D 컴퓨터 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보유한 기술이 2D 컴퓨터 비전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2D 컴퓨터 비전이 센서가 수집한 2D 영상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반면, 3D 컴퓨터 비전은 3D로 스캔된 형상데이터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다.”

Q. 글로벌 시장에서 서울로보틱스가 보유한 기술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까?

“3D 라이더용 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1등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때, 실리콘벨리에서 조차 우리와 비슷한 기술을 연구하는 업체가 없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만큼 가장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Q. AI 소프트웨어 시장을 전망한다면?

“우리 솔루션은 단지 자율주행차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시티나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에어포트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능형 CCTV 등에 우리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다. CCTV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면 24시간 감시하지 않아도 AI가 CCTV의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요소 등을 찾아낼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우리의 소프트웨어사 자율주행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할 정도로 너무 고성능인 데다, 자율주행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을 위한 3D 라이다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센서의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시장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현재 서울로보틱스가 다양한 업체와 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디와 손을 잡고 있나?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로 벤츠, BMW, 볼보 등이 있다, 전 세계에서 파워트레인으로 가장 유명한 회사인 ABL과도 협력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실증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회사가 진행하는 가장 큰 프로젝트는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다. 센서를 가로등 등 도시 시설물에 부착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예정이다. 어느 도시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 정부가 추진하는 과제에 참여해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Q. 우리 정부가 AI에 대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와 지원을 많이 하고 있는데, 실제 AI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로서 이를 평가한다면?

“일단 자금이 풍부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스타트업과 기술기반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도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내 기업들이 누구와 경쟁해야 하는지 정부가 모르는 것 같다.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하면 일본을 경쟁상대로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는 이미 10년 전에 일본을 제쳤다. 지금 우리나라의 최대 경쟁상대는 중국이다. 중국은 막대한 인력과 자본으로 글로벌 ICT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차의 70%, 드론의 80%가 중국 업체의 제품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Q. AI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쟁자도 중국 업체라고 볼 수 있나?

“서울로보틱스를 추격하는 2, 3, 4위 업체가 전부 중국 업체다. 회사를 창업할 당시부터 중국업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국내 창업자 간 경쟁은 의미가 없다. 안일한 생각으로는 중국 업체에 기술력으로 앞설 수 없다. 다행히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유럽이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은 BTS·K방역·기생충 등으로 국가 브랜드를 잘 쌓아뒀다. 20년 전 일본이 가지고 있던 아이덴티티를 지금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브랜드 가치가 오래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길면 5년 짧으면 3년 내 골든타임이 끝날 것으로 본다. 그전에 최대한 격차를 벌려둬야 지속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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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에 요청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도 중국에 기술력이 미치지 못하는 업체가 너무 많다. 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는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창업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풍부한 탓에 기술 발전 없이 막대한 지원을 받는다, 이런 업체 입장에서 정부의 지원은 눈먼 돈과 같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기술력으로 경쟁할 수 스타트업을 선택해 보다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ICT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