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 등에 관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은행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줄 경우 은행이 이 사업자들에 대한 자금세탁행위 위험 여부를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렸기 때문이다.
4일 은행업계에선 지난 2일 예고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의 실명 계정 발급에 대한 리스크가 은행에게 지나치게 편중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가상자산 거래를 위해 실명이 확인된 계좌를 통해야 하는데 실명 확인 계좌 발급 시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위험 등을 분석해야 한다. 즉, 만약 한 거래소가 A은행 실명확인 계좌를 발급받았다면 A은행이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가능성이 없음을 보증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은행업계선 이 같은 실명 확인 계좌 발급 조건은 은행에게 자금세탁방지 위험을 은행이 전적으로 책임지게 하는 구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만약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했는데 그 거래소가 북한 자금 세탁 등과 연루됐다는게 나중에 밝혀지면 고객 신뢰는 물론이고 제재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위험 방지를 은행에게 다 떠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라이선스를 받는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점과 가상자산이 보이스피싱이나 다단계 사기 등에 이용될 여지가 높다는 점도 은행업계에선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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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업계 관계자들은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거래소에 대해 금융감독당국이 나서주길 원하고 있다. 자본금 조건과 대주주 자격 검증을 통해 거래소 라이선스를 발급하고 라이선스를 받은 거래소에만 실명 확인 계좌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라이선스를 받으면 금융감독당국의 주기적인 검사도 받아 위험성이 다소 줄어들어 실명 확인 계좌 발급을 한사코 거절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