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까. 쿠팡이 이르면 연내 OTT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 미디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정관 사업목적에 부가통신 서비스(온라인 VOD 콘텐트 서비스)와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제공업을 추가했다. 쿠팡스트리밍·쿠팡플레이·쿠팡오리지널·쿠팡 티비 등 관련 상표권도 출원했다.
쿠팡의 OTT는 자체 제작 콘텐츠보다 해외 콘텐츠 유통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쿠팡 내 OTT 전담 부서의 인력도 콘텐츠 제작이 아닌 유통과 마케팅 경험자 중심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쿠팡은 스포츠 중계나 해외 제작사가 만든 시리즈 물을 중심으로 콘텐츠 수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OTT를 위해 새롭게 꾸민 조직의 대부분 인력이 유통과 마케팅에 집중됐다는 점에 비춰볼 때, 서비스의 시작은 자체 제작 콘텐츠가 아닌 해외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유통하는 형태일 것”이라며 “쿠팡이 인수한 싱가포르의 OTT 업체인 ‘훅’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형태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OTT 업계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쿠팡이 ‘저렴한 요금’이라는 강수를 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만원 상당인 경쟁사의 월 이용료에 비해 약 1/3 수준으로 이용료를 책정, 서비스 출시 초반 가입자를 끌어모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어떤 콘텐츠를 수급하고 서비스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쿠팡이 벤치마킹한 모델인 아마존 프라임의 사례를 볼 때 OTT 서비스 출시 초반 저렴한 이용료로 가입자 확보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며 “쿠팡 내부에서도 유통과 연계한 각종 프로모션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OTT 업계는 쿠팡의 도전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 현재 서비스 중인 국내 OTT가 통신사나 콘텐츠 제작사 중심인 반면, 쿠팡의 OTT는 유통 역량을 앞세운 라이브 커머스와 해외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탓에 직접적인 경쟁이 이뤄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OTT가 자체 제작 콘텐츠를 경쟁력의 핵심으로 내세웠지만, 쿠팡은 해외 콘텐츠 유통·저렴한 가격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와 직접적인 경쟁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OTT 시장 발전 측면에서는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함으로써 경쟁이 활성화되고, 업계 전체가 질적 성장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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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쿠팡의 서비스가 국내 OTT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다. 유통 사업자가 랑비ㅡ 커머스 서비스를 앞세워 OTT 시장에 뛰어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인 성패는 ‘콘텐츠 투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쿠팡이 국내향 OTT 서비스를 한다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해 매년 최고 2천억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쿠팡이 이를 감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라이브 커머스로 차별화를 둔다고는 하지만 쿠팡이 벤치마킹한 모델인 아마존 프라임이 국내 사용자에게 외면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