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트위터, '허위 콘텐츠'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나

美 상원, 플랫폼 면책 보장한 '통신법 230조' 놓고 열띤 공방

홈&모바일입력 :2020/10/29 09:4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3개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또 다시 미국 상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면책 조항인 통신품위법 230조 문제를 다루기 위한 청문회였다.

하지만 정작 청문회에선 본안인 230조보다는 플래폼 사업자의 콘텐츠 중재 편향성 문제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미국 상원 통상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통신품위법 230조를 주제로 한 청문회를 개최했다고 씨넷이 보도했다. 이날 청문회 대상은 선다 피차이 구글 CEO를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잭 도시 트위터 CEO 등 세 명이었다. 

(사진=씨넷)

공화당, 트위터 등의 반보수 편향성 집중 거론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230조는 인터넷기업들이 제3자가 올리는 유해물 또는 명예훼손의 게시물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포털이나 소셜 플랫폼 같은 서비스가 확대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플랫폼들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줌으로써 소송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없이 모든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준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허위정보가 무차별 유포되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마련됐다.

이런 취지와 달리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상원의원들은 통신품위법 230조 대신 플랫폼 사업자의 편향된 콘텐츠 정책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 (사진=씨넷 영상 캡처)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반보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공화당 의원인 로저 위커 통상위원장은 잭 도시 트위터 CEO에게 “해외 독재자들의 선전 선동성 글은 그냥 허용하면서 미국 대통령은 왜 제지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도시는 이란 정치인인 알리 하메네이의 글에 대해서도 경고 표시를 붙였다고 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하메네이의 일부 글은  삭제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잭 도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 관련 글에 대한 처리는 미숙했다고 인정했다.

헌터 바이든은 최근 마약, 성관계 관련 영상이 유출되면서 곤욕을 겪고 있다. 트위터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뉴욕포스트 기사를 차단 조치했다가 뒤늦게 허용했다.

당초 트위터는 ‘의심스러운 출처’ 등을 이유로 해당 기사를 차단했지만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층의 강한 항의를 받고 정책을 변경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의원은 “대체 누가 당신에게 어떤 보도를 허용하고, 미국인들이 어떤 얘기를 들을 지 결정할 권리를 줬느냐”면서 강하게 압박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마크 저커버그, 선다 피차이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이 좌편향 성향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페이스북·트위터, 콘텐츠 중재 투명성 부각엔 동의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 의원들은 트위터의 콘텐츠 허용 결정 같은 문제에만 주로 초점을 맞췄다. 이날 공화당 의원들의 질문 81개 중 69개가 콘텐츠 검열 같은 주제를 다뤘다고 더힐이 전했다.

반면 정작 청문회 주제였던 통신품위법 230조를 본격 거론한 질문은 극히 드물었다.

공화다의 뎁 피셔 의원은 저커버그에게 통신품위법 230조를 어떻게 수정하길 원하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콘텐츠 중재(content moderation)’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선 잭 도시도 공감을 표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직전에 이번 청문회를 개최하는 의도에 대해 비판했다. 또 공화당이 청문회 원래 목적 대신 플랫폼 사업자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만 집중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의 브라이언 샤츠 의원은 할당된 시간을 모두 통신품위법 230조 관련 논쟁이 어떻게 정파적으로 변질돼 왔는지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반면 청문회에 참석한 경영자들은 230조가 표현의 자유를 격려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230조를 급격하게 수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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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넷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230조를 최근 상황에 맞게 정비하더라도 취지에 맞게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콘텐츠 중재 과정을 좀 더 투명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선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상대적으로 의원들의 공격을 적게 받았다고 씨넷이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