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둘 모두 ‘생산적인 대화였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둘의 통화 사실을 최초 보도한 것은 IT전문매체 악시오스였다. 보도에 따르면저커버그와 트위터는 지난 5월 29일(현지시간) 전화를 통해 대화를 했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선 양측 모두 언급을 피했다. 다만 ‘생산적인 대화’라고만 평가했다.
이번 통화에 미국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트위터 때문이다. 현재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각을 세우고 있다. ‘우편 투표가 선거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트위터 측이 “사실 확인이 필요한 주장”이란 딱지를 붙인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 조치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플랫폼 사업자의 면책특권을 보장하고 있는 통신품위법 230조를 손보겠다고 선언했다. 230조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지시한 것.
며칠 뒤 양측은 또 충돌했다. 트위터가 미네아폴리스 폭동에 대한 트럼프의 글을 블라인드 처리해버린 것. 문제의 글은 양점약탈행위를 하면 발포하겠다는 엄포를 담고 있었다. 이게 지나치다고 판단한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트윗을 정면 제재해버렸다.
반면 트럼프는 이번 기회에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재갈을 물리겠다는 기세로 나오고 있다.
■ 저커버그, 지난 주말 트럼프와 이례적 통화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것은 저커버그의 행보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트윗을 제재한 트위터의 결정에 대해 공개 비판했다.
저커버그는 아예 “우리는 진실의 결정자가 될 수 없다”면서 플랫폼 사업자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페이스북은 트위터가 제재한 내용의 트럼프 글에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
저커버그와 트럼프의 통화가 예사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둘은 왜 이렇게 다른 행보를 보이는 걸까? 물론 성향 차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서비스의 지향점이 다른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페이스북은 말 그대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다양한 사람들이 연결되는 공간이다.
트위터는 다르다. 트위터는 출범 당시 ‘새로운 CNN’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따라서 SNS보다는 ‘정보 네트워크’에 가깝다.
정보 네트워크인 트위터는 ‘허위 정보’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제 아무리 ‘최대 이용자’ 중 한명이라도 계속 허위 뉴스 논란에 휘말릴 경우엔 플랫폼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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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페이스북은 ‘대화’와 소통의 공간이다. 트럼프의 글이 불특정 다수에게 ‘방송’되는 공간이 아니다. 그 글을 토대로 가까운 사람들이 소통하고 대화하는 플랫폼이다. 적어도 이론적으론 그렇다.
페이스북이 트럼프의 ‘막말 행진’에 트위터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건 이런 서비스 차이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