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사업자의 면책 조항인 통신품위법 230조를 둘러싼 공방이 미국에서 뜨겁게 계속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0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대법원의 보수파 대법관이 통신품위법 230조가 보장하는 플랫폼들의 면책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견을 제시한 것은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다. 토머스 대법관은 연방대법원에 상고 신청된 ‘맬웨어바이트 대 에니그마 소프트웨어 그룹’ 간의 상고 사건에서 통신품위법 230조 관련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대법원이 이 사건의 상고심을 열지 않기로 한 건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사건에서 230조를 축소할 기회를 갖는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보안업체 vs SW업체 사건 상고 기각하면서 의견 제시
맬웨어바이트와 에니그마 소프트웨어 사건은 ‘통신품위법 230조’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번 소송은 애니그마가 인터넷 보안 회사인 맬웨어바이트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소송에서 애니그마는 맬웨어가 자신들의 제품을 다운받거나 이용하기 힘들도록 하면서 경쟁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맬웨어는 ‘통신품위법 230조’에 따라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는 특정 제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도구를 제공하는 등의 이유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맞섰다.
항소법원은 제9연방순회법원은 애니그마의 손을 들어줬다. 경쟁 방해 행위가 쟁점이 된 상황에선 플랫폼 사업자인 맬웨어가 230조의 면책 특권을 누릴 수 없다고 판결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이 결정에 동의하면서도 ‘통신품위법 230조’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대법원 결정문에서 “230조의 (플랫폼) 면책 조항을 확대 해석할 경우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연방대법원에 적당한 사건이 올라올 경우엔 해당 조항을 좁게 해석하는 방안을 고려해야만 한다”고 적었다.
230조 덕분에 포털 성장…최근엔 책임성 부여 의견 많아
통신품위법은 1996년 제정됐다. 특히 이 법 230조는 인터넷기업들이 제3자가 올리는 유해물 또는 명예훼손의 게시물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면책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그 무렵 막 떠오르던 인터넷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특히 이 조항은 포털이나 소셜 플랫폼 같은 서비스가 확대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 플랫폼들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줌으로써 소송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없이 모든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미국 자유시민연맹(ALCU)의 케이트 루앤 법률고문은 최근 씨넷과 인터뷰에서 “통신품위법 230조는 포털이나 소셜 플랫폼 같은 서비스들의 법적 책임을 면제해줌으로써 소송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 없이 모든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조항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행정명령을 통해 통신품위법 230조를 재해석 할 것을 요구했다. 이 같은 행보는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속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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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품위법 230조에 대해선 민주당 쪽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대권후보인 조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 관계자들 역시 230조의 면책 조항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쪽 역시 소셜 플랫폼들이 잘못된 정보나 혐오 발언 들에 대해 좀 더 강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