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결정이었다. 하지만 면밀하게 결정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단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동적인 글을 그대로 놔두기로 한 결정을 강하게 옹호했다.
최근 며칠 간 페이스북은 시끄러웠다. 원격근무 중인 직원들의 업무 거부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저커버그는 2일(현지시간) 전 직원 회의를 소집했다. 더 정확하게는 4일로 예정된 주간 회의를 이틀 앞당겼다.
화상채팅 소프트웨어로 진행된 페이스북 사내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하지만 뉴욕타임스가 이날 회의 녹음 파일을 입수해 구체적인 상황을 전해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언론자유를 지지하는 페이스북의 원칙과 정책에 따르면 (트럼프의 글을) 그냥 놔두는 것이 올바른 행동이다”고 강조했다.
저커버그의 이런 행보는 트위터와 대비되면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 트럼프와 통화내용도 공개…"선동적인 글이라고 통보했다"
이 모든 소동의 발단을 제공한 것은 트럼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9일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전도 시작된다(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는 글을 올렸다.
1960년대 마이애미 경찰 간부가 사용했던 문구다.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 협박으로 널리 회자됐다. 사실상 대통령이 시위대를 향해 폭력 위협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저커버그는 그 날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설명했다.
저커버그는 그날 아침 7시30분에 기상하자 마자 그 사실을 보고하는 이메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정책팀은 곧바로 백악관에 전화를 걸어서 트럼프의 메시지가 선동적이란 사실을 통보했다.
이후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정책담당 임원 및 다른 전문가들과 이 문제를 계속 논의했다. 이런 과정 끝에 트럼프의 글이 페이스북의 정책을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의 글이 '공권력 행사'를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앞으로 그 정책을 재검토할 용의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이날 트럼프의 글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곧바로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트럼프와 통화하면서 그 글이 선동적이고 유해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 "왜 트럼프 적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정책 비틀려고 하나"
30분 가량 상황 설명을 한 뒤 직원들과 질의 응답 과정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저커버그의 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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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날 한 직원이 던진 질문은 페이스북 직원들의 정서를 잘 대변하는 것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트럼프를 적으로 돌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우리 정책을 이리저리 왜곡하고 비트는 데 주력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