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삼성맨' 하늘에 지다…故 이건희 회장 영면

추도사서 "고인보다 '승어부'한 인물 없었다"...장지는 수원 선영

디지털경제입력 :2020/10/28 12:47    수정: 2020/10/29 09:17

"'승어부(勝於父)'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 추도사 中)

28일 '재계의 큰 별' 고(故) 삼성 이건희 회장이 영면에 들었다. 이날 영결식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오전 7시 30분부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직계 가족과 재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 운구 차량이 삼성서울병원을 빠져나가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 "고인, 부친 능가하는 업적 이뤄…이재용 부회장도 새 역사 쓸 것"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회장의 약력보고로 시작됐다. 이수빈 회장은 약력보고를 하면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는 목이 메인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고인과의 추억을 전한 김필규 회장은 위대한 기업가로 성장하기 이전, 어린 시절 이건희 회장의 비범함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몰두하는 모습, 반도체 산업 진출을 아버지인 선대회장에게 진언한 일화 등을 회고했다. 이 회장이 도쿄 유학시절 지냈던 2층 방이 전축, 라디오, TV로 가득하고 이 회장이 이를 모두 분해해 재조립하고 있던 모습을 본 이 부회장의 고교 은사 한우택 선생님의 경험담도 소개했다. 

김 회장은 "'승어부'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로, 이것이야말로 효도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건희 회장은 도전과 혁신 정신으로 회장 취임 전부터 불모지였던 반도체 사업을 육성하는 등 세계 시장 선두에 있는 삼성의 부품, 세트 사업들을 핵심 먹거리로 일궜다는 평을 받는다.

20110729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 참관한 이건희 삼성 회장.(사진=삼성)

김 회장은 이어 "부친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듯이 이건희 회장의 어깨 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영상에서는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까지 변화와 도전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이건희, 사물의 본질 탐구에 몰두하는 소년 이건희, 스포츠 외교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한 이건희 등 이 회장의 다양한 면면을 조망했다.

영결식과 발인이 끝난 후 운구 차량은 이건희 회장이 발자취를 따라 '마지막 인사'를 떠났다. 운구 행렬은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자택, 고인이 집무실로도 이용했던 승지원 등을 거쳤다. 화성 반도체 사업장도 들렀다. 1천여명의 임직원들이 국화를 들고 고인을 기렸다. 인근에는 고인이 사비를 털어 일군 기흥 반도체 사업장도 있다. 이 회장은 한국 반도체 지분을 인수하는 등 반도체를 육성했다. 장지는 이병철 회장의 조부모 등 윗대를 모신 곳이기도 한 수원 가족 선영이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년 사진.(사진=삼성)

이날 고인을 측근에서 보좌했던 권오현 전 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윤부근 전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과 재계 일부 인사들도 참석했다. 고인의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도 발걸음해 이건희 회장을 애도했다.

■ "우리 경제에 1등 정신 심어준 분"…각 계 애도 행렬 이어져

앞서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의 장례를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25일부터 진행된 4일장에는 재계 거목의 별세를 애도하는 각 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외부 조문을 받기 시작한 26일 삼성 경영진에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도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영결식에도 참석한 정의선 회장은 조문 당시 "너무 훌륭하신 분이 돌아가셔서 참으로 참 안타깝다. 우리나라 경제계 모든 분야에서 1등 정신을 아주 강하게 심어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가장 큰 글로벌 기업 만든 분을 잃게 되어 대한민국에 큰 손실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지디넷코리아)

정·관계 인사들도 빈소를 찾았다. 여당에서 참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인은 탁월한 리더십을 통해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 국가 위상을 높였다"고 언급했다. 야당에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반기문 IOC 윤리위원장, 박병석 국회의장 등도 조문했다. 미국, 중국, 싱가포르, 일본, 영국 등 각국 주한 외교사절들도 찾았다.

27일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자열 LS 회장 등 범LG가(家) 주요 기업인들도 빈소를 찾았다. 구 회장은 "우리나라 첨단 산업을 크게 발전시킨 위대한 기업인이다. 재계 어르신분들이 오래 계셔서 가르침을 주시면 좋은데, 참으로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과 유년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조현준 회장은 이날도 발걸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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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 행장 등 금융권 인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정계에서는 심재철 전 국회부의장과 전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 KBO 총재 등이 애도를 표했다. 이기흥 대학체육회장 등 문화·체육·예술계 인사들도 발걸음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삼성을 세계 선두 기업으로 키우고 한국 경제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1987년 삼성 2대 회장에 올라 와병 전까지 27년 동안 그룹을 이끌었다. 2014년 5월10일 와병 이후 6년 동안 투병 생활 끝에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