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임시주총을 사흘 앞두고 전지(배터리)부문 물적분할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배터리사업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가칭) 출범 가능성도 불확실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날 수탁자전문위원회를 열고 LG화학 분사에 대한 의결권 찬반 여부를 논의한 뒤 반대키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LG화학의 2대 주주로, 지분 보유율은 10.28%에 달한다.
LG화학은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전지부문 분사를 확정, 오는 12월 1일 100%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신설법인을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배터리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게 LG화학의 목표다.
다만,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분할 안건 통과의 불확실성도 커지게 됐다. 반대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분할계획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분 가치 희석 가능성 등 (국민연금의)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주식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해외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 등의 찬성의견을 모두 뒤집은 결정이다.
이들 자문사들은 LG화학이 전지부문 분할 이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시 일부 주주권리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악화하는 재무건전성을 타개하고 배터리 사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IPO와 같은 외부 투자유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제 관건은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개인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들이 반대표로 집결할 가능성이다. 분사 안건 통과를 위해선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총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주주에게 비율대로 신주를 배정하는 '인적분할'이 아닌, 회사가 지분 100%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물적분할' 방식이어서, 전기차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배터리 사업만을 바라보고 투자한 주주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LG화학에 따르면 이 회사의 의결권 기준 주주는 지주사인 ㈜LG(약 30%), 외국인(약 40%), 국민연금(약 10%), 국내 기관(약 10%), 개인주주(약 10%) 등으로 구성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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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LG화학도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를 비롯해 KCG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부분 찬성한 사안"이라며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이번 분할은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해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며 "주주총회 때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