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PC 뒤에 웬 욱일기가"...AMD 구설수에 몸살

국내 소비자 비난 여론 일자 게시물 삭제..AMD "묵묵부답"

홈&모바일입력 :2020/10/26 13:34    수정: 2020/10/27 08:28

AMD 필리핀 페이스북 계정이 지난 23일 올린 게시물 중 일부. (사진=AMD 페이스북)
AMD 필리핀 페이스북 계정이 지난 23일 올린 게시물 중 일부. (사진=AMD 페이스북)

지난 23일 AMD가 필리핀 소비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욱일기'를 배경으로 찍은 블랙핑크 튜닝PC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현재 사진이 문제가 되자 AMD 필리핀 페이스북은 해당 사진을 삭제한 상태다. 그러나 해당 사진을 캡처한 게시물이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국내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비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 '욱일기' 배경으로 블랙핑크 튜닝PC 사진 게재

문제가 된 게시물은 지난 23일 AMD 필리핀 지사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이 PC를 보면 무슨 노래가 생각나는가? '아이스크림', '킬 디스 러브' 등은 어떤가? 만약 이런 노래를 떠올렸다면 당신이 맞다"며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를 소재로 한 튜닝 PC 사진을 게시했다.

AMD 필리핀 페이스북이 올린 게시물 중 일부. (사진=페이스북 캡처)

해당 튜닝 PC는 필리핀 거주 튜닝PC 제작자인 '에드 모드 크래프트'(Ed Mod Craft)가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튜닝 PC 배경에 일본 군국주의와 침략전쟁의 상징으로 논란의 대상인 '욱일기'와 일본식 갑옷이 그려진 것이 발견되며 논란을 키웠다.

■ 국내 소비자들 "AMD 프로세서·그래픽카드 불매해야"

과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양국이 큰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 일본 아베 정권이 첨단소재 수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양국 관계는 사상 유례 없을 정도로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이다.

해당 게시물을 접한 국내 소비자들이 이를 비판하는 댓글을 작성하자 AMD 필리핀 지사는 게시물을 올린지 2시간만에 이를 황급히 삭제했다.

그러나 해당 게시물을 캡처한 사진은 이미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국내 커뮤니티로 확산된 상황이다. 이를 뒤늦게 인지한 국내 소비자들은 AMD 코리아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등에 항의 댓글을 남기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AMD코리아 페이스북 계정에 남긴 항의 댓글. (사진=페이스북 캡처)

일부 소비자들은 "AMD 라이젠 프로세서와 라데온 그래픽카드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PC 하드웨어에 관심 없는 소비자들도 욱일기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 "아시아 소비자 배려 없는 실패한 마케팅"

이번 사태를 접한 글로벌 IT 기업 홍보 담당자들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을 홍보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소비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실패한 마케팅"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해당 PC는 필리핀 국적 튜닝 PC 제작자가 만든 것이며 AMD와도 무관하다. 그러나 한국 출신 걸그룹인 블랙핑크를 마케팅에 이용할 생각이었다면 일본을 상징하는 제품, 특히 욱일기를 등장시키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한 외국계 IT 기업 홍보 담당자는 "AMD는 최근 인텔이 가지고 있던 점유율을 조금씩 잠식하면서 급격하게 영향력을 키워 왔지만 정작 글로벌 비즈니스에 맞는 홍보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AMD=욱일기" 이미지 굳어지나..AMD '묵묵부답'

AMD는 특히 최근 1~2년 사이 인텔의 공정 정체와 프로세서 수급난 등에서 반사이익을 얻어 국내 조립PC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오는 11월부터는 라이젠 5000 프로세서와 라데온 RX 6000 그래픽카드 등 신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다.

관련기사

또 다른 글로벌 IT 기업 홍보 책임자는 "어떤 형태로든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AMD=욱일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오랜 기간동안 따라다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디넷코리아는 AMD 미국 본사와 한국 지사, AMD 필리핀 페이스북 담당자, 필리핀에 거주하는 해당 튜닝 PC 제작자를 대상으로 문제가 된 사진의 게재 경위와 재발 방지책 등에 대해 문의했지만 이날 오전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