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년반 동안 미국에서 진행한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최종판결이 우리 시간으로 내일(27일) 새벽에 나온다.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에 내려진 '조기패소 예비결정'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이나, 일각에선 극적인 반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6일(현지시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릴 예정이다. 국내 시간으로는 27일 이른 오전에 결과가 전해질 전망이다.
양사의 법적 공방은 지난 해 4월부터 1년 반째 이어져왔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으로부터 인력·기술 빼가기 등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전 사업부문에서 76명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유출됐고, 이들의 입사지원 서류에 배터리 양산 기술과 핵심 공정기술 등 주요 영업비밀이 담겨있었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근거없는 소송을 제기했다며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경력직원 채용은 당사자 의사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됐고, 근거없는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SK 측이 국내 법원에 소 취하·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배터리 공방은 이후 특허 소송 등 맞소송으로 번졌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LG화학이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한 이후에 SK이노베이션이 이메일을 통한 소송 증거자료 삭제를 지시했고, 3만4천개의 파일과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다.
ITC는 지난 2월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통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소송의 증거가 될 만한 자료들을 삭제했고, ITC의 포렌식(과학적 증거물 분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 모독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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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ITC에 검토를 요청했다. ITC는 SK 측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조기패소 판결의 전면(in its entirety) 재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이는 통상적인 절차인 만큼, 최종결정에 어느정도로 영향을 미칠 지가 관건이다.
최종 판결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이 유지되거나 추가 행정명령 없이 종결될 가능성, 그리고 추가 조사로 인한 판결 연기 가능성 등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ITC의 최종결정 이후에도 양사가 항소를 제기하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도 패소한 이후 항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