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은 앙숙이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그랬다. 안드로이드와 iOS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두 회사는 모바일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작고한 스티브 잡스의 ‘구글 증오’는 유명하다. 그는 애플 최고경영자(CEO) 재직 당시 “구글을 멸망시켜버리겠다”고 선언했다. 또 “포르노를 원하는 사람들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라”면서 구글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만큼 애플과 구글은 라이벌이었다. 차세대 전장으로 떠오른 모바일 시장을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격전을 펼쳤다.
그런데 미국 법무부가 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법무부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지역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브로맨스’에 가까운 애플과 구글의 관계에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애플 직원, 구글에 "둘이 한 회사처럼 작업하는 게 비전" 글 보내
법무부 소장에는 두 회사가 겉보기와 달리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는 정황이 가득 담겼다. 구글이 검색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애플이 중요한 협력자 역할을 했다는 정황들이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한 애플 고위 경영자의 메모다.
이 메모에는 “둘이 한 회사인 것처럼 작업하는 게 우리 비전”이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문구만 보면 둘은 거의 공범에 가까워보인다.
두 회사는 구글이 경쟁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검색 분야에선 긴밀한 협력자였다.
실제로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게 체결한 가장 큰 규모 계약의 상대방이 애플이었다. 구글은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기기들에 구글 검색을 기본 탑재하는 대가로 매년 80억~1천200억 달러 가량을 지불했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 광고로 번 돈을 활용해 모바일 기기들에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 소장에는 또 선다 피차이 구글 CEO와 팀 쿡 애플 CEO가 2018년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 적 있다고 지적했다.
“둘이 한 회사처럼 작업하는 게 우리 비전”이라는 애플 고위 직원의 메모는 이 회동이 끝난 뒤 작성됐다.
구글·애플, 협력 대가로 서로 막대한 이득 얻어
구글과 애플 간의 협력은 달콤한 결과물로 이어졌다.
역시 법무부 소장에 따르면 애플이 구글과 계약을 통해 받은 돈은 연간 수익의 15~20% 수준에 이르렀다.
비싼 대가를 지불했던 구글도 알찬 결과를 얻었다. 지난 해 구글 검색 트래픽의 절반 가량은 애플 기기로부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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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구글에겐 애플과의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했다. 법무부는 “구글은 애플과 계약을 잃는 것은 ‘코드 레드’ 상황으로 간주했다”고 지적했다.
‘코드 레드’란 병원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사용하는 코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