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10대(만 14~18세)만 이용 가능한 '카카오뱅크 미니' 서비스를 19일 선보이면서,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금융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은 청소년을 '금융 주체'로 보기보다는 성인(부모) 고객에게 귀속된 '금융 객체'로 인지해왔다. 수익이 크지 않은 편이라 10대를 타깃으로 한 별도 금융서비스도 제한적이었다.
10대가 은행 수신(예·적금)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성인이 돼서도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잠재고객이 될 수 있는만큼 카카오뱅크가 성공을 거둘 경우 기존 은행들도 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카뱅의 키워드 '부모 없이도' '모바일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 미니를 은행 방문 없이 모바일로 카드를 만들 수 있고, 부모의 별도 동의가 필요없다는 점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은행서도 10대들은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었지만 영업점을 꼭 방문해야 하거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수적이었다. 카카오뱅크의 두 가지 전략은 모바일에 익숙하고 독립적으로 용돈을 관리하고 싶었던 10대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셈이다.
페인포인트 해결을 위해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 미니와 연계된 카드를 체크카드가 아닌 선불 전자지급 수단으로 택했다. 선불 전자지급 수단을 모바일로 만들려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 인증만 거치면 되기 때문이다. 본인 인증을 거쳐 선불 전자지급 사업자인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의 거래를 할 수 있는 연령은 만 14세부터여서 카카오뱅크 미니도 만 12~13세는 쓸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영업점이 없어 10대를 대상으로 체크카드를 발급하기엔 제약도 있다. 체크카드와 연계된 통장을 비대면으로 만들려면 실명 확인 증표를 확인해야 하는데 만 17세 이전 청소년은 주민등록증이 없다. 금융위원회의 '비대면 실명확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학생증(청소년증)의 진위 여부 확인하는 시스템이 국내선 구축되지 않아 실명확인증표로 쓸 수 없다.
관망하는 은행업계, '계좌만드는 것도 아닌데...'
은행에선 10대가 쓸 수 있는 체크카드가 있는데 선불 전자지급 수단을 쓰겠냐며 카카오뱅크 미니가 크게 성공하기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다. 또 체크카드가 아니기 때문에 수신 증가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1차적인 판단 하에, 카카오뱅크와 같은 접근을 관망 중이다.
그럼에도 출시 하루 만에 카카오뱅크 미니 가입자 수가 5만명을 돌파했으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10대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체크카드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입혀 큰 인기를 얻은 것처럼, 10대 겨냥 카드에도 '니니즈'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동일한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또 업계 관계자들은 10대들이 금융 서비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카드 전문 사이트 '카드고릴라'가 10대의 체크카드 발급 방법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 수 천 개의 질문이 달리는 등 10대들은 금융 이용에 대한 갈증이 큰 것으로 보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법정대리인 동의하에 미성년자도 통장·체크카드 발급이 가능하다"며 "카카오뱅크는 대면 채널이 없으니까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니를 내놓은거 같고, KB국민카드에도 충전식 선불카드 상품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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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우리은행 관계자는 "학생들간 일어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 내부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체크카드나 모바일 용돈 관리 등 10대 금융 서비스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자금융업자로 선불 전자지급 수단을 먼저 내놨던 토스는 카카오뱅크 미니를 통해 10대 고객이 이동할지 주목하고 있다. 토스는 만 17세 이상이 가입할 수 있는 '토스머니카드'를 발급 중인데, 이 카드는 토스 계좌에 머니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