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회장, 전기차 화재 해결 앞장설까

[이슈진단+] 정의선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

카테크입력 :2020/10/14 10:57    수정: 2020/10/14 15:07

현대차그룹이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지난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선임된 지 2년만에 그룹 회장직에 오르게 됐다. 정의선 신임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그룹 경영 업무를 사실상 총괄해 왔기 때문에,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석부회장 선임 후 다양한 사업을 주도해 온 정의선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코나 전기차 화재 이슈로 현대차그룹 전기차 사업에 보완이 필요해졌고, 중고차 사업 진출에 따른 업계 우려도 불식 시켜야 한다. 이중 코나 전기차 화재로 인한 소비자의 우려를 종식시키는 것이 그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안전성이 담보된 전기차는 현대차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 선임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이 이미지 쇄신에 성공할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정의선 회장이 '미래'와 '혁신'이라는 경영 철학을 강조해온 만큼 그의 행보에 더욱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직접 소개한 코나, 전기차 화재로 최근 골머리


현대차 코나는 정의선 회장이 각별히 아끼는 소형 SUV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017년 6월 경기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코나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 참석해 코나를 직접 소개했다. 당시 그는 정장 대신 흰 셔츠와 청바지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코나 등을 통해 젊은 현대차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SUV 시장은 2010년 이후 올해까지 7년 연속 성장하는 등 20%에 가까운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현대차는 성급한 진출보다는 고객과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최적의 기술, 뜨거운 열정을 담아 코나 만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코나만의 가치를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는 그 다음해인 2018년 2월 순수 전기차로 이어졌다. 당시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을 최초로 공개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국내 전기차 중 최초로 400km대 주행거리(406km)를 획득하는 등 장거리 전기차 시대를 이끌 수 있는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코나 월드 프리미어 이벤트에서 차량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해 1만3천587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7천61대가 판매됐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체 전기차 중 가장 많은 판매 기록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국내외서 12건 넘는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전기차 안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고, 국정감사에서는 현대차가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 방지를 위해 힘쓰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영 일선에 선 정의선 회장이 당장 풀어야할 과제다. 

지난달 26일 제주시에서 발생된 11번째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 모습 (사진=독자 제보)

내연차량 재활용 전기차 12종 출시 선언한 정의선


정의선 회장이 코나 전기차 화재 사태 해결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는 바로 올해 신년사와 연관됐다.

그는 신년사 연단에서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동화 모델은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개념이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 뿐만 아니라 12종에 달하는 내연기관차량 재활용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일부 모델에는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들어가며, 나머지 모델은 내연기관 플랫폼을 조금 키우거나 변형시켜서 출시한다는 뜻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0년 신년사를 통해 전기차 전용 모델 출시 계획을 전했다. (사진=현대차그룹)

2018년 최초로 공개된 코나 전기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일반 내연기관 차량 플랫폼을 재활용한 모델이다. 이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팩 설계 구조 등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차량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코나 전기차 화재가 사회 이슈로 번진 만큼, 내연기관차량 재활용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더 쌓일 수 있다.

현대차는 코나 전기차의 화재 원인을 배터리 분리막 손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제작상 책임을 인정해 16일부터 자체적으로 일부 코나 전기차에 대한 리콜을 진행한다는 뜻을 전했다.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 셀을 공급하는 LG화학 측은 이같은 현대차의 발표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소비자들에게 전기차 전용 부동액(냉각수) 리콜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냉각수가 이번 화재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올해 연말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을 별도로 찾아내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정의선 회장 체재로 전환한 현대차그룹이 코나 전기차 화재 이슈를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업계 관심이 앞으로 커질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각 사)

배터리 동맹 맺은 정의선, 협업체계 구축 계속 추진할 듯


정의선 회장은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만나 미래 전기차 사업을 위한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정의선 부회장이 SK와 LG 등을 만나 E-GMP 플랫폼 구축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에 출시될 예정인 아이오닉5 전기차와 제네시스 전기차 등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아이오닉과 코나 전기차 등에 LG화학 배터리를 탑재시킨 것과 다른 전략이라 배터리 업계와 자동차 업계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구광모 (주)LG 대표가 지난 6월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LG)

하지만 LG도 현대차에겐 빼놓을 수 없는 파트너 중 하나다. 코나 전기차 화재 이슈로 양사간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LG는 미래형 전기차 개발을 위한 협업은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LG화학을 2022년 양산될 E-GMP 플랫폼 전기차의 2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했다. 아직까지 2022년에 생산될 전기차가 어떤 종류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 6에 적용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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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회장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의선 회장은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뿐만 아니라 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를 키울 만한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선 회장은 현재 수소연료전지시스템으로 전기차를 충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중이다. 그는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그린 뉴딜 전략에서 20년간 이같은 시스템 개발을 위해 총 140개에 달하는 업체들과 협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