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나 전기차 화재 규명할 컨트롤타워는 없었다

소극적인 국토부, 입을 닫는 자동차안전연구원

기자수첩입력 :2020/10/10 10:43    수정: 2020/10/10 10:44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정부 내 확실한 컨트롤타워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한 책임 원인 규명과 조사 결과 지연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정부는 자동차 제조사의 말에만 의존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최근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와 이달초 대구광역시 달성군에서 발생한 사고 원인 조사에 대한 정부 방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고가 계속 발생되는 동안,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원인을 투명하게 입증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를 포함한 국내 매체들의 보도가 이어지자,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리콜 보도자료를 낸 것이 전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 결과를 빨리 내라고 산하 기관인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독촉했다”고 말했다. 지난 해에도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적 있는 만큼, 당시 국토부가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조사를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칠곡에서 발생한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 현장 (사진=네이버전기차사용자모임 카페)
지난달 26일 제주시에서 발생된 11번째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 모습 (사진=독자 제보)
4일 오전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코나 전기차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화재 차량은 현재 전소됐고, 국립과학수사원이 현재 수사중이다. (사진=달성소방서 제공)

하지만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코나 화재 원인을 묻는 지디넷코리아 질문에 침묵하고 있다.

자동차안전연구원 결함조사처장은 해당 질문에 “사고조사팀장에게 연락하라”고 답했고, 사고조사팀장은 “공단 홍보실에 문의하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자동차안전연구원은 내부 규정상 모든 매체의 문의를 경상북도 김천에 위치하고 있는 교통안전공단 홍보실을 통해야 한다.

지디넷코리아는 교통안전공단 홍보실에도 코나 전기차 화재 조사 지연 원인에 대해 물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코나 전기차 자발적 리콜 보도자료에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질문도 했다. 하지만 교통안전공단 홍보실은 지디넷코리아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자동차 화재 사고 원인을 책임지고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 부서는 한 곳도 없었다. 최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코나 전기차의 화재 원인을 소개했지만, 이 역시도 확정이 아닌 추정에 불과했다.

8일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리콜 보도자료 내용을 자세히 보면, 현대차보다는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 책임론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배터리 분리막 손상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국토부와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체 조사 결과가 아닌, 현대차만의 자체 조사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 등과 함께 별도 조사를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언제 화재 원인이 규명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심각한데, 현대차는 단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업데이트로 화재 방지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 모듈 자체를 바꿔주겠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다수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고, 단체 소송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의 보도자료는 현대차와 LG화학간의 책임공방을 유도했다는 지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국토부 자료 내용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8일 별도로 낸 바 있다.

관련기사

국토교통부의 소극적 대응과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침묵이 계속되면, 향후 우리나라의 전기차 산업이 발전되지 않고 정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없으면 산업 자체의 큰 틀을 이어나가야 할 자동차 제조사의 역량도 살아날 수 없다.

그나마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은 산업통상자원부가 7일 국정감사에서 제시한 미래자동차과 신설이다.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야 할 산업부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이 나오자 산업부가 제시한 카드다. 새로운 부서에서 전기차 화재 등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가 상주하는 것이 정부에게 필요할 가장 큰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