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트러스트 그룹의 JT저축은행 매각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JB금융그룹과 한국캐피탈의 불참으로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마땅한 인수 후보도 보이지 않으면서 매각자 측이 뜸을 들이는 게 아니는 관측이 제기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JT저축은행 매각 본입찰 후 약 3주가 지났지만 J트러스트는 아직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매각 절차가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란 당초 전망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뱅커스트릿프리이빗에쿼티(PE)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지목하며 조만간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본입찰에 단 두 곳만 뛰어들었고, 그 중 뱅커스트릿PE가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JT저축은행 측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각각 연휴가 끼어있던 탓에 시간이 걸렸을 뿐 논의가 원만히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JT저축은행 안팎에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J트러스트 측이 장고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이들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을 것이란 진단에서다.
일각에서는 유력 후보인 뱅커스트릿PE가 금융위의 심사를 통과할지 여부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2018년 출범한 신생 사모펀드라 회사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하이자산운용(현 브이아이자산운용)과 하이투자선물(브이아이금융투자) 등 소규모 금융사를 인수한 것 외엔 뚜렷한 성과가 없는 탓이다.
실제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저축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은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인수·합병 구조와 자금 조달 방안, 약 10년의 경영계획 등은 물론 금융관련 법령과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항목을 심사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모펀드가 저축은행 인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일도 있었다. 지난 2019년 금융위의 부적합 판정에 스마트투자파트너스로의 매각이 무산된 스마트저축은행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자금 조달 방안이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위 심사를 거쳐 저축은행을 인수한 사모펀드도 찾아보기 어렵다. 애큐온저축은행(베어링PEA)이나 아주저축은행(웰투시제3호PEF)은 사모펀드가 캐피탈을 인수하면서 그 자회사인 저축은행까지 확보해 심사를 피한 경우다. 저축은행과 달리 캐피탈은 인수 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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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심사 과정이 순조롭게 흐르지 않으면 J트러스트는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JT저축은행 매각 대금을 동남아 법인에 수혈하려던 당초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매각자 측으로서는 반드시 인수를 완주할 후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의 승인을 얻는 게 쉽지 않은 만큼 J트러스트도 막판까지 신중한 태도를 고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