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대신 대기업 인증서가 시장 독식할 것"

인증업계 "중소기업 보호 대책도 필요"

컴퓨팅입력 :2020/10/07 10:29    수정: 2020/10/07 10:35

공인인증서 개념 삭제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업계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법 개정으로 인증서 시장 경쟁 가능성을 열었지만, 대기업 독점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다.

그 동안 업계에서는 공인인증서 발급 권한을 가진 공인인증기관들이 우월한 법적 지위를 무기로 시장을 과점해왔고, 이 때문에 시장 경쟁이 저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개정 전자서명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시장 경쟁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열린 '전자서명법 시행령 문제점 및 산업 영향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이런 주장을 담은 의견들이 제시됐다.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은 "전자서명법 개정안 시행령 내용을 살펴볼 때 중소기업이 진출할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제 행정안전부의 공공 분야 전자서명 시범 사업 선정 사업자들을 살펴보면 대기업 위주"라고 언급했다.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

최근 연말정산, 정부24, 국민신문고 등 주요 공공 웹사이트에 시범 도입할 전자서명 사업자로 카카오, 한국정보인증, KB국민은행, NHN페이코, 패스가 선정된 사실을 근거로 든 것이다. 한국정보인증을 제외하고는 대기업들이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다.

백효성 위즈베라 대표는 "행안부 사업처럼 기존에 공인인증기관들이 하던 인증 사업은 카카오, 패스 등 거대 플랫폼을 지닌 사업자들이 뛰어드는 사업이 됐다"며 "시범 사업 내용을 보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돼 있어 중소기업으로선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백효성 위즈베라 대표이사

특히 본인확인기관인 이동통신사, 금융사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막대한 이용자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접근 권한도 지닌 만큼 타 사업자보다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쉽다는 것.

공공, 금융 분야에서는 주민번호 등 '실지명의' 기반 전자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부 존재한다. 이에 대해 본인확인기관이 아닌 사업자들은 이 시장에 진출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서명법 시행령에서는 전자서명 이용 기관이 보유한 주민번호 기반 연계생성정보(CI)로 실지명의를 대체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 기관들이 이같은 방법을 택하기보다, 실지명의 기반 전자서명을 제공할 수 있는 이통사, 금융사에 사업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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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현 의장은 "결국 전자서명이용기관으로서는 실지명의 기반 신원 확인과 전자서명을 한꺼번에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인증 사업자 평가제, 본인확인기관 지위 획득 등에 투입되는 비용과 수고를 감수하면 중소기업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배웅식 드림시큐리티 상무는 "정부가 특정 기술의 독점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대기업들이 인증 시장을 싹쓸이하는 상황이 예상된다"며 "공공 소프트웨어 분야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처럼, 전자서명 시장도 중소기업 보호 대책 마련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