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달걀만큼 작고, 무게는 그보다 훨씬 가벼운 31g짜리 휴대용 스마트스피커 ‘미니링크’를 출시했다. 특이하게 버튼을 눌러야 쓸 수 있다. 목에 걸거나 벽면에 붙여 사용한다. 이 물건을 보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래서 뭐 할 때 사용하는 건데?’다. 스피커처럼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제품은 카카오 스마트스피커의 기능을 가능케 하는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서비스 ‘카카오i’와 연결돼 있다.
전작 카카오미니, 카카오미니C 같은 까만 벽돌처럼 묵직한 스마트스피커를 보면 고전적인 스피커의 형태로 생겼다. 때문에 일단 노래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의 일차적인 기능을 떠올리기 쉽다. 또한 주로 집안에 두고 사용하니 이들 스피커는 뭐든 말로 명령하면 해줄 것만 같은 직관적인 사용법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대체 미니링크로는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뭐가 좋을지 통 감이 오지 않았다.
또한 이미 휴대가 가능한 카카오 스마트스피커 카카오미니C가 있는데, 이 제품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이 있을지도 궁금했다. 카카오미니C는 충전 후 플러그를 뺀 상태에서 휴대할 수 있어 나들이 나갈 때 가져가기 좋다.
일단 미니링크를 목에 걸고 설명서를 차근차근 읽으며 차별화 된 사용법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다. 미니링크 제품 상자에 제품을 목에 걸 수 있도록 하는 스트랩이 동봉돼 있다. 미니링크를 목에 거니 흡사 호루라기나 어린이용 스마트폰을 목에 건 느낌이 난다. ‘자동차에서’, ‘집에서’, ‘길에서’ 등 세 가지 케이스로 나눠서 설명한다.
눈에 띄는 내용은 자동차에서 운전 중에 미니링크 버튼을 눌러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세 가지 의문점이 있다. 카카오 카인포테인먼트가 내장된 자동차에 명령하면 카톡을 읽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해당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엔 내비게이션 기능 외 카카오톡 메시지 읽어주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불가능했다.
카카오미니C를 차에 두고 ‘카톡 읽어줘’라고 명령하면 어떨까? 카카오 측에 문의한 결과 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평소 집에서 카카오미니C 등 기기로도 카톡 메시지 청취가 가능한 점으로 미뤄보아, 차 안에서도 문제 없이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측면에선 스마트폰에 설치된 헤이카카오 앱이 있으니, 스마트폰에 대고 명령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욱이 미니링크는 항상 스마트폰과 통신 가능한 거리 내에 함께 있어야 제 기능을 하기 때문에, 미니링크의 필요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헤이카카오 앱에 카톡 읽어줘라고 물어보면, 스마트스피커를 거치지 않고도 이 앱 내에서 답해주는 기능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직접 시도해보니 가능했다.
기자의 스마트폰은 삼성 갤럭시 계열 기종이다. 갤럭시 음성인식 웨이크업콜(명령어를 인식시키기 위해 명령어를 말하기 앞서 기기를 깨우는 말)인 "헤이 빅스비"를 말한 후 “헤이카카오 앱 열어줘”라고 명령해 이 앱을 여는데 성공했다. 그후 카카오i를 여는 웨이크업콜 "헤이카카오"를 말한 후 다시 카톡 읽어달라고 명령하니 새로 온 카톡을 읽어줬다. 즉, 미니링크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새로 온 카톡 메시지 내용을 듣는 것이 가능하다. 대체제로 제대로 역할 하지 못한다면, 미니링크는 스스로의 존재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니링크를 통해 카톡 메시지를 읽어주는 기능도 완전히 파악했겠다, 호루라기처럼 미니링크를 목에 메고 있자니 달리기와 같은 숨찬 운동을 할 때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동 중간에 땀 흘리며 정신 없는 상태에서 스마트폰 카카오톡 앱을 열어야 한다면 손 떨리고, 화면이 눈에 안 들어 왔던 기억이 있다.
미니링크를 이용하면 운동을 마치고서는 물론, 운동 중에도 측면 카카오톡 말풍선 모양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지정한 친구의 카톡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버튼을 두 번 누르면 지정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미니링크는 블루투스 5.0 기반으로 작동 거리는 스마트폰과 10m 이내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두고 멀리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것은 어렵다.
카카오톡 메시지 확인 기능 외에 동화 읽어주기, 멜론 통해 음악 듣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스마트스피커, 스마트폰 등 오디오 출력 장치를 통해 노래를 듣는 것도 가능하다. 그밖에 ▲뉴스·환율·주가·운세 등의 지식·생활 정보 ▲알람·메모 등록 ▲배달음식 주문 ▲교통·길찾기 정보 ▲어학 사전 ▲영화·TV 정보도 이용 가능하다. 삼행시도 지어준다.
보이스프로필 기능이 없어서 친구들과 소풍을 떠나 미니링크를 통해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들을 때 보다 편리하다. 보이스 프로필이란 주인 목소리만 따로 인식해, 그 외 목소리에 대해서는 명령을 수행하지 않는 기능이다. 아무나 미니링크 버튼을 누르고 아무나 멜론에서 다른 노래를 틀어달라고 할 수 있다.
기자는 미니링크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던 가운데, 계속해서 미니링크 버튼을 누르다 보니 어언 10년 전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가 불현 듯 떠올랐다. 학창 시절 카카오톡이 출시돼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 늘 화두였다. 휴대전화 문자 기능과 비슷하고, PC로 사용하던 메신저랑 같은데도, 스마트폰으로 사용해보니 그저 재밌고 신기했다.
미니링크도 버튼을 누르는 행위 그 자체가 재밌기 때문에 기획된 것은 아닐까 추측했다. 이전의 스마트스피커의 웨이크업 콜을 말하는 것과는 다른 이색적인 사용경험을 줄 수 있다. 버튼을 누르고 싶다는 것은 어찌 보면 원초적인 본능일 수 있다. 어린이들이 버스 하차벨을 누르려고 떼를 쓰고, 버튼 누르는 장남감을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미니링크는 아마존의 ‘대시버튼’과 비슷하게 생겼다. 대시버튼은 생필품을 등록된 주소지로 주문과 배송을 알아서 해주는 물리적 버튼이다. 세탁기 측면에 붙여놓고 세제가 다 떨어질 때 이 버튼을 누르면 된다. 휴지, 면도기, 음식포장 랩 등 제조사와도 제휴해 부족한 생필품들을 간편하게 채울 수 있는 ‘핫라인’ 기능을 해왔다. 국내에서도 아마존 대시 버튼을 따라 11번가가 생필품을 배송해주는 ‘꾹’을 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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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마존은 대시버튼 사업을 약 5년 만에 철수했다. 아마존은 스마트스피커에 탑재된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에게 밀렸다고 사업 종료 이유를 밝혔다. 이용자들은 디바이스에 몸소 가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것보다 목소리로 명령하다는 게 더 편해 한다는 방증이다. 이후 대시버튼은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에코쇼 등 스마트스피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대시버튼으로 기획되기도 했다.
생필품을 배송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아마존 대시버튼과는 다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버튼을 누름으로써 삼성 빅스비나 애플 시리를 부를 단계를 뛰어 넘는다. 무거운 스마트스피커를 들고 다니지 않고 길을 걷다가도, 자동차 안에서도 헤이카카오를 쓸 수 있게 됐다. 대부분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었던 카카오 생태계의 다양한 서비스들을 물리적 버튼을 눌러 경험하면서, 카카오가 미래에 제공할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술과도 친숙해지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