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조사국, LG화학 지지...SK이노 "우리 입장 반영 안돼"

SK, 내부정보 반출 의혹도 제기…'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판결 한 달 앞으로

디지털경제입력 :2020/09/27 19:06    수정: 2020/09/28 10:20

SK이노베이션이 소송에서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며 제재해달라는 LG화학의 요청에 대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동의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의견은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에 대한 것이지만, 양사의 영업비밀침해 소송 최종판결이 한 달 뒤로 다가온 시점에서 ITC 재판부가 OUII의 의견을 판결에 참고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측은 조사국의 의견서에 자사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이 자사의 내부 정보를 무단 반출했다는 주장도 추가 제기했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영문 로고. 사진=각 사

LG, ITC에 "SK, 특허소송서 증거인멸…제재 요청"

ITC 산하 OUII는 지난 25일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해달라는 LG화학의 요청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OUII는 'SK이노베이션이 ITC 수석판사의 문서제출 명령을 위반했고, 이에 LG화학이 신청한 법적 제재가 부과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이 ITC 수석판사의 문서제출 명령에 따라 제출의무가 있는 내부 문서를 검색함에 있어, 더욱 성실하게 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자사 배터리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LG화학은 해당 특허의 선행 기술을 보유 중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후 LG화학은 ITC에 제출한 요청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소송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고 계속해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이 ITC의 명령 이후에도 제출 의무가 있는 문서를 찾기 위한 적정한 검색을 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근거다. 지난 달 ITC에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OUII의 판단을 환영한다"며 ITC위원회의 최종결정 때까지 소송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OUII의 이번 의견에 대해 자사의 입장은 빠뜨린 채 LG화학의 입장만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LG의 제재요청서에 대한 의견서를 ITC가 정해준 일시인 지난 11일 제출했는데 이는 OUII의 의견 제출 기한과 같은 날이었다"며 "OUII가 같은 날 제출된 당사의 반박 의견서를 살펴보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LG화학에서 삭제됐다고 억지 주장하는 문서들은 그대로 있고, 그나마도 특허침해 소송과는 무관한 자료"라며 "OUII가 반박 의견서를 보지 못한 채 본인들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고, 만약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의견서의 방향은 당연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ITC에 제출한 문건 중 일부. 증거인멸 의혹을 받는 문서가 LG 측의 주장과 달리 팀룸에 보존 중이라는 입장. 자료=SK이노베이션

SK이노 "LG, 자사 정보 무단반출…ITC에 조사 의뢰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자사의 내부 정보를 무단 반출한 정황을 추가로 확인해 ITC에 정식으로 포렌식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디지털 포렌식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20일 SK서린빌딩(SK이노베이션 본사)에 와서 당사 자료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이 자리에서 LG화학 측 인원이 SK이노베이션의 자료를 USB에 무단으로 담아 사외로 반출하려던 것을 현장에서 발견하고 즉시 작업을 중단해 이슈 제기를 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적발된 LG화학 측 인원이 '이미 여러 차례 자료를 반출하는데 해당 USB를 사용했다'고 답변했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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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은 "당사 배터리 핵심기술 조차도 USB에 담겨 반출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사는 지난 1일 ITC에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 위한 모션(Motion)을 제출했고, OUII도 24일 의견서를 통해 USB·장비 포렌식 진행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또 "USB에 담겨있던 자료가 무엇인지, 이 자료가 다른 기기에 저장되거나 포렌식 이외의 용도로 악용되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라며 "자료의 반출 등이 확인되고 '보호명령(Protective Order) 위반'까지 확인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