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기술에 비전AI(시각적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보다 세밀하고 자동화된 작물 재배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농작물이 잘 자랄 수 있는 기본 조건은 토양과 기후다. 온도와 습도가 조금만 변해도 수확물이 달라진다. 이에 농장에 센서를 달아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고,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스마트팜이 생겨났다. 스마트팜은 환경 변화를 감지해 관수밸브를 자동 혹은 원격으로 조절하거나, 온도를 조정하는 식이다.
이같은 스마트팜으론 부족하다. 병충해 때문이다. 병균과 벌레는 농사의 결과를 결정짓는 또 다른 요소지만 센서만으로 감지하기 어렵고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비전AI 전문기업 라온피플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수행하는 AI 데이터 구축사업 중 ‘농식물에 대한 병해충 데이터 구축사업’의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라온피플은 사진·영상 등 시각적 자료를 머신러닝으로 학습시켜 고유한 알고리즘을 발견하고, 이를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해 자동화 하는 솔루션에 강점을 가진 회사다.
비전AI 요소를 가미한 라온피플의 스마트팜 기술은 트렌드를 한 단계 앞서 나간다. 카메라가 식물을 가까이서 보고, 병충해나 생육 과정의 이상 징후를 알고리즘으로 포착한다. 이 AI는 식물 재배 교본을 단순히 외우는 게 아니라, 스스로 진화한다.
라온피플 연구진은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팜 분야 연구를 시작했다. 농작물 재배 분야의 스마트팜뿐 아니라 소 비문(코 문양)을 이용한 소 관리 등 축산물 분야에도 함께 뛰어들었다. 라온피플의 스마트팜 분야 기술을 통틀어 '라온팜'이라 지칭한다.
라온피플 VEC팀 김연중 이사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 라온피플 본사에서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라온팜에 대해 소개했다.
사람도 보기 힘든 병해충 피해 '비전 AI'가 잡는다
라온팜 기술의 특장점은 이동식 카메라가 작물에 근접해 촬영해 매 순간 생장 과정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주기적으로 얼마나 자랐는지, 제대로 잘 자라고 있는지 비교·분석할 수 있다. 라온팜 앱 또는 웹으로 실시간 농장 환경과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병해충에 옮지 않았는지 농부가 직접 가 보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다. 초보 농부는 0.5mm 크기의 응애에 옮았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라온팜 기술로는 가능하다.
김연중 이사는 “병해충에 감염되면 농작물 출하량도 감소할 수 있어 중요하다”며 “피해가 심각할 경우 잎이 누렇게 뜨기까지 하는데 그 전에 라온피플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으면 미리 알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잎 크기나 새순이 나는 것도 카메라로 볼 수 있고, 일액이 맺힌 정도를 가지고 광합성을 잘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면서 “특정 시기에 완성돼야 할 생육 단계보다 더디다던가, 그 증가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시계열 분석으로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메라가 찍은 표본 사진을 통해 전체 일일 출하량을 예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농장 전체를 촬영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동식 카메라가 몇 곳을 찍어 그 사진에 담긴 수확물의 개수를 확인해, 전체 출하량을 추정할 수 있다.
특히 라온피플 비전AI는 룰베이스가 아닌 거의 모두 머신러닝 및 빅데이터에 따른다. 여타 스마트팜 기술들은 농부들이 보는 농작물 생육 지침서를 기본으로 일조량, 파종시기 등을 참고하기도 하는데, 라온피플의 스마트팜 비전AI는 처음부터 끝까지 빅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도출한 알고리즘은 특허 출원한 상태다.
김 이사는 “최종적으로 의사결정까지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구축해 완전 자동화를 이뤄내고 싶다”며 “현재는 지방 딸기 농장들에서 현장 테스트 중이며, 올해 말 딸기 재배 철에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ICT 자동화 기술이 생각보다 적게 도입된 곳이 농생물 분야인데, 우리나라 농부들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기도 하다”면서 “앞으로 스마트팜 기술이 우리나라 농업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우 귀표 대신 비문으로 쉽고 더 철저한 관리 가능
축산업 분야에서 라온피플의 비전AI가 할 수 있는 일은 소 비문을 쉽게 촬영해 개체를 판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펫(반려동물) 산업에선 개에 식별칩을 이식하지 않고, 비문을 이용한 간단한 식별절차가 보편화 돼있다. 라온피플은 비문을 통한 개체 판별이 소에서도 가능하고, 시장 수요도 있을 것으로 예상해 관련 사업에 착수했다. 이전까지는 싸고 편리한 귀표로 소 관리가 이뤄져왔다. 하지만 표를 바꿔치기할 우려도 있다.소 고유의 생체정보인 비문을 활용하면 그런 걱정도 해결할 수 있다. 돼지의 경우 비문이 소만큼 다양하지 않고, 개체 가격도 상대적으로 싸기 때문에 라온피플 연구진은 우선 소에 대해 연구 중이다.
김 이사는 “소의 코는 남성 주먹 두 개 만할 정도로 크며 곡면으로 돼 있어 정확한 비문 데이터를 얻어내기 힘들다”며 “과거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소 혈통 관리를 위해 비문 탁본을 뜨기도 했는데, 전산화 작업을 하자고 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고 밝혔다.
이어 “AI로 무언가 해보자고 시도한 것은 한 3년 전쯤 해외 대학 몇군데에서 이뤄졌다”며 “외국 연구사례인 얼룩소와 달리 우리 한우는 코가 민무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훨씬 더 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에 따르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소의 비문을 AI로 관리하려던 사례는 거의 없었으며, 경상북도 축산기술연구소가 한 차례 혈통 관리를 위해 소 비문 탁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던 시도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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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피플은 소 비문를 이용한 AI 연구를 경상북도와 협력해 진행 중이며, 매달 해당 지역에 가서 소 수 백 마리씩 촬영하고 온다. 연내 이 기술을 준상용화 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소 비문을 이용한 AI 기술이 공급될 시장은 농장주를 상대로한 B2B 영역이라기보단 정부를 상대로 한 B2G 영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농장주 입장에선 개체 뒤섞임이나 도난을 방지할 수 있고, 국민들도 처음부터 정확한 데이터를 통한 소고기 이력제로 믿고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