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13년만에 AXA손보 재인수 추진…관건은 '가격'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시너지 기대…완주 여부 촉각

금융입력 :2020/09/21 18:16    수정: 2020/09/22 07:59

교보생명이 AXA(악사)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온라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연합전선을 구축해 그룹 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무엇보다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에 매각한지 13년 만에 회사를 다시 되찾아오려는 행보여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삼정KPMG가 진행한 악사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이에 교보생명은 추후 악사그룹과 악사손보의 거취를 둘러싼 줄다리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비록 신한금융그룹과 같은 금융지주사가 막판에 발을 빼면서 인수전 자체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업계에선 옛 주인인 교보생명이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악사손보는 2000년 '코리아다이렉트'로 출발한 온라인 전업 손보사다. 교보생명은 2001년 이 회사를 인수해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바꿔 운영하다가 2007년 프랑스 악사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교보생명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일환으로 악사손보 인수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생보사 교보라이프플래닛과 협력 모델을 구축할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던 중 악사손보 예비입찰에 참여하게 됐다는 전언이다.

특히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그간 디지털 혁신과 신사업 발굴을 축으로 하는 ‘양손잡이 경영’을 거듭 강조해왔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상품과 서비스 업무 체계를 효율화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에도 진출해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자는 메시지다.

그런 측면에서 악사손보는 교보생명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일각의 평이다. 이 회사가 디지털 보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온 바 있어서다.

일례로 악사손보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보맵과 디지털 플랫폼 전용 보험 상품을 공동 개발 중이다. 여행과 모빌리티, 레저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편리하게 상품에 가입하고 보상받는 서비스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악사손보는 국내 손보사 중에선 드물게 쏘카와 손잡고 차량공유에 최적화된 운전자 보험 상품을 제공 중이기도 하다. 이는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이 추구하는 ‘생활밀착형 보험 플랫폼’과 맥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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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격이 변수다. 외부에선 악사손보의 적정가격을 2천억원으로 평가하는 반면, 악사그룹 측은 3천억~4천억원을 받으려는 것으로 감지되기 때문이다. 사실 교보생명은 2007년 당시 악사손보 지분 74.7%를 약 900억원에 매각했다. 따라서 인수가가 2천억원으로만 책정돼도 2배 이상의 가격에 되사오는 격이 된다.

또 악사손보의 사업이 자동차보험에 편중(80% 이상)됐다는 점도 교보생명의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악사손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4.8%까지 오르면서 지난해엔 3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