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으로 숨진 삼성·LGD 협력사 직원 7년 만에 '산재 인정'

서울행정법원, '직접적 증거 없어도 인과 인정' 판결

디지털경제입력 :2020/09/21 16:09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LG디스플레이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폐암에 걸려 숨진 노동자가 사망 이후 7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받았다.

21일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노동자 A씨 유족이 산재 불승인 처분을 내린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A씨의 폐암을 산재로 판단했다.

A씨는 2000년 12월 노광기 장비업체에 입사해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 4년 반, LG디스플레이 파주 LCD 공장에서 7년을 근무했다. 이후 2012년 만 38세 나이로 폐암이 발병해 2013년 사망했다.

이후 A씨 유족은 2014년 2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재해자가 근무했던 당시 작업환경과 다를 수 있는 작업환경 측정 결과 등을 근거로 2017년 3월 산재를 불승인 판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당해 11월 서울행정법원에 공단을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재해자가 근무한 반도체 및 LCD 공장에서 전리방사선, 벤젠, 니켈, 포름알데히드 등의 유해요인에 노출될 가능성을 인정했다. LCD 공장의 경우 그간 역학조사 등에서 폐암 발생 가능성이 잘 인정되지 않았다. 

(사진=뉴스1)

법원은 현재 과학 수준에서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기에 불확실한 부분이 있지만, 여러 물질이 영업비밀로 성분이 알려져 있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인과관계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 노광기 설치, 유지보수 시 비정상적 상황에 따라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클린룸 환기시스템으로 인해 다른 공정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아울러 A씨가 기존 질환이나 가족력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폐암이 발병한 점을 반영했다. 16년 정도의 흡연력 있지만 재해자의 폐암은 선암이며 매우 급격하게 진행됐고, 업무상 유해요인이 흡연과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올림 관계자는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산재판정은 의학적·과학적으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명목으로 재해자 질병의 업무 관련성을 너무 쉽게 배제하고 있다"며 "산재보험에서 그렇게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면 사업장 내 잠재적인 위험성은 쉽게 간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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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산재보험이 판단해야 할 업무 관련성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정리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산재판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