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의 궤도 진입을 위해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한 때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은 이제 LG디스플레이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최대한 빨리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을 확대하고, 선도 기업으로 자리를 다지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목표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투자,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 예고 등 LG디스플레이가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기술 혁신이 필요하지만, 사정은 지속적인 적자로 생존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24일 하이투자증권, DB금융투자, 삼성증권, KTB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LG디스플레이의 목표주가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가 실적 악화로 이어져 올해 연간 실적도 적자가 지속(3년 연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전날(23일) 1분기 연결 기준 실적으로 시장기대치를 상회하는 성적(매출 4조7천242억원, 영업적자 3천619억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적자의 늪에 더 깊게 빠질 것으로 본 것이다.
특히, DB금융투자는 내년에도 LG디스플레이가 연간으로 4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적자 규모는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봤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2분기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아 영업적자가 확대되며 가장 어려운 분기가 될 것"이라며 "TV, 스마트폰 수요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LGD의 사업구조는 TV와 모바일 의존도가 커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2분기에 수요 위축으로 대형 OLED 물량은 감소하는데 감가상각비는 증가해 관련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위기를 인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 광저우 OLED 공장가동을 통해 신규 거래선향 물량확대을 확대하고, 이후 파주 10.5세대 OLED 공장(P10)을 본격 가동하면 대형 OLED 시장에서 모멘텀을 가져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부터는 (코로나19가)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확대되는 상황이다. TV 및 모바일 부문에서 상당한 시장 수요 감축이 예상된다. 연간으로 당초 예상했던 숫자보다 10%대 (대형 OLED 패널의) 수요 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OLED 신규 고객을 과거 대비 많이 늘려왔다. 올해 중국 화웨이, 미국 비지오, 일본 샤프 등 상당한 브랜드 포지션과 판매 역량을 갖춘 신규 거래선을 발굴했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광저우 OLED 팹의 가동과 연계되면, OLED 기반의 운영을 강화하는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TV 시장에서 OLED TV가 차지하는 비중(매출 기준)은 지난해 5.9%에서 오는 2022년 8.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와 관련해 TV용 OLED 패널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을 올해 40%로, 내년 5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자발광 디스플레이의 대표주자로 주목받던 'OLED'가 '퀀텀닷(QD)'과 '미니·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Mini·Micro LED)'에게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탓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OLED TV는 삼성 QD OLED(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QNED(퀀텀닷 나노 발광다이오드), 중화권의 미니/마이크로 LED와 경쟁 심화 우려가 상존한다"며 "중화권 TV 고객사도 프리미엄 라인업을 OLED에서 미니 LED로 선회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QNED와 미니·마이크로 LED는 OLED와 마찬가지로 패널 스스로 빛을 내고, 색을 구현하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이는 현재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양산기술로 적용 중인 화이트 유기발광다이오드(WOLED) 방식과 비교해 색 표현력, 발광효율, 수명(번인), 전력효율에서 유리한 기술방식으로 꼽힌다.
특히 QD OLED(청색 OLED 소자를 발광하는 방식)와 QNED는 잉크젯프린팅 공정을 기반으로 생산돼 이론상 진공증착 공정을 통해 양산되는 WOLED(청색·적색·황색 OLED 소자를 동시에 발광하는 방식)보다 높은 재료사용효율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QD OLED와 QNED에 대항할 수 있는 새로운 OLED로 기술혁신을 이루거나 제조방식을 변경해 대량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해진 상황인 것이다.
전자 부품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QD OLED의 경우 2021년, QNED는 2025년 안에 양산 목표 시점을 정하고, 본격적인 연구·개발 및 시험생산에 돌입한 상황이다. 중국의 CSOT도 잉크젯프린팅 공정을 통해 QD OLED와 유사한 H QLED(하이브리드 퀀텀닷 발광다이오드) 패널을 2021년부터 양산, 중국 HKC도 같은 시기 대형 OLED 패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LG디스플레이의 현재 전략은 OLED TV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광저우 8.5세대 공장(2분기 중 가동 예정)과 파주 10.5세대 공장(2023년 가동예정)을 빨리 완성해 단가를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관건은 (경쟁사가 준비하는) QD OLED와 마이크로 LED 등의 기술이 얼마나 빨리 안정화를 이루느냐 하는 부분이다. LG디스플레이가 잉크젯프린팅 공정적용이 어렵고, QD OLED나 마이크로 LED 등의 기술과 경쟁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이 부재한 상황에서 경쟁사가 수율 안정화를 빠르게 가져갈 경우, WOLED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 내부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6천여 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침체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탓이다.
LG디스플레이 내부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초 LG디스플레이의 계획은 광저우 공장가동을 통해 중화 거래선향 중·저가 WOLED 공급을 늘려 OLED 시장을 확대하고, 이후 파주 공장(P10)에서 양산을 전개해 TV용 OLED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다지는 것이었는데 이게 광저우 공장가동 차질로 불발됐다"며 "내부에서도 잉크젯프린팅 공정기반의 새로운 OLED 제조방식을 도입하거나 퀀텀닷과 마이크로 LED에 대응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수익 측면에서 WOLED를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용어설명 : 잉크젯프린팅 공정
잉크젯프린팅 공정기술은 종이에 잉크를 뿌려 인쇄하는 것처럼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진공증착 공정기술이 진공상태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의 원재료인 유기화합물을 공중으로 뿌려 기판에 증착(하부→상부)하는 방식이라면, 잉크젯프린팅 공정기술은 유기화합물을 기판 위에 뿌려 인쇄(상부→하부)하는 방식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잉크젯프린팅 공정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액상 형태로 공정이 간단한 만큼 장비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전체적인 공정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8세대 크기의 원장 유리 기판을 자르지 않고 공정이 가능해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량도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이론상 진공증착 공정기술은 재료 사용 효율이 10~40% 수준에 불과하지만, 잉크젯프린팅 공정기술은 재료 사용 효율성이 90% 이상에 달한다.
☞ 용어설명 : Q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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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NED는 나노미터(1㎚=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Quantum dot)과 갈륨질소 발광다이오드(GaN Light Emitting Diode)를 활용하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QNED의 발광원인 갈륨질소 LED는 무기화합물인 갈륨질소를 활용해 빛의 삼원색(적색, 녹색, 청색) 중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 청색 빛을 낸다. 반면, QD-OLED는 발광원으로 LED가 아닌 유기화합물 기반의 청색 OLED 소자를 활용한다. 유기화합물은 소재의 특성상 무기화합물보다 산소나 수분에 취약하고, 수명(번인 발생)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