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를 끝으로 국내외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중단하고, 내년부터 차세대 퀀텀닷(QD) 디스플레이투자에 집중한다.
31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아산 사업장에서 임직원 대상 설명회를 열고, 내년부터 국내외 액정표시장치 공장(중국 쑤저우, 충남 탕정)의 생산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국내외 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내년부터는 점진적으로 차세대 퀀텀닷 디스플레이로 전환투자에 나설 계획"이라며 "기존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부에 소속된 임직원들은 이에 따라 퀀텀닷 디스플레이 분야로 전환배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삼성이 준비한 초격차 자발광 디스플레이 '퀀텀닷'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발광원으로 유기화합물 기반의 청색 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자를 사용하고, 컬러필터는 퀀텀닷 기반의 시트를 활용해 기존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대비 고화질·고성능·장수명을 강점으로 갖춘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이는 경쟁사 LG디스플레이가 양산 중인 화이트유기발광다이오드(청색·적색·황색 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자를 동시에 발광시키는 방식)와 비교해 이론상 긴 디스플레이 수명과 높은 휘도, 낮은 전력소비, 고색재현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활용하는 만큼 생산단가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화이트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2년 생산단가 등의 문제로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을 중단한 바 있지만, 이후 경쟁사의 화이트유기발광다이오드(진공증착 방식) 역시 생산단가 측면에서 대형 액정표시장치 시장을 대체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화이트유기발광다이오드 대비 번인이 없고, 초고해상도 구현에도 유리해 새로운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하이엔드 TV 시장을 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퀀텀닷 디스플레이 투자계획(2025년까지 13조1천억원 투입)을 발표하면서 잉크젯 프린팅 설비, 신규 재료 개발 등 퀀텀닷 디스플레이 양산기술 확보를 위해 세메스, 한솔케미칼 등 국내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공격적 투자 나서는 삼성, 초기 퀀텀닷 투자규모는 '월 12만장'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충남 탕정에 위치한 아산1캠퍼스에 퀀텀닷 디스플레이 양산라인 'Q1라인'을 구축 중이다. Q1라인은 2021년부터 월 3만장(8.5세대) 규모로 생산에 돌입할 예정으로, 초기에는 65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양산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내년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의 전환투자를 통해 월 9만장 규모로 퀀텀닷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충남 탕정에 위치한 7세대·8세대 LCD 생산라인을 퀀텀닷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중국 쑤저우에 위치한 LCD 생산라인은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월 3만장 규모로 투자를 진행 중인 상황이고, 내년에는 전환투자를 통해 월 9만장 규모로 순차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며 "2021년부터 생산되는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는 TV와 모니터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나아가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 디스플레이 투자와 더불어 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과 갈륨질소 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 나노 발광다이오드(QNED)'의 양산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퀀텀닷 나노 발광다이오드는 발광원으로 무기화합물인 갈륨질소 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해 유기화합물 발광다이오드의 한계인 번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자발광 디스플레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에 퀀텀닷 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하고, 이후 2023년부터는 퀀텀닷 나노 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양산을 전개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퀀텀닷 나노 발광다이오드는 현재 양산 중인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WOLED)의 한계로 지적된 번인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하이엔드 시장에서 새로운 혁신 디스플레이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수세 몰린 LG디스플레이, 전략변화 시급해
경쟁사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 디스플레이 투자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양산하면,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규모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지만, 경쟁 격화로 인해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는 재원이 부족한 탓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상승 중인 것을 고려해 삼성디스플레이 대비 국내외 LCD 생산라인에 대한 전환투자 시기를 늦출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내부적으로 국내외 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에 대한 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전환투자보다 신규 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광저우 증설 등)가 비용 효율적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초기에는 화이트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이 퀀텀닷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대비 생산수율과 단가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대량 양산체에 돌입하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삼성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파주 8.5세대 공장에서 월 7만9천장 규모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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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파주 10.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2023년 예상, 월 4만5천장)과 광저우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2020년 2분기 예상, 월 6만장)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 바 있지만, 생산수율 확보 문제 등으로 가동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가 2013년부터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양산을 전개했지만, 여전히 가격적인 측면에서 대형 액정표시장치와 격차가 커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중국 패널 업체들도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 진입(2021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광저우 OLED 공장의 가동이 지연되고 있어 LG디스플레이가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