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매년 소프트웨어 비전을 선포해 오던 삼성개발자컨퍼런스(SDC) 행사를 올해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안전과 현장 소통을 중시하는 행사의 효율성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하반기 'SDC20' 행사를 취소하기로 확정하고, 이를 삼성 디벨로퍼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SDC는 2015년을 제외하고 2013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미국에서 개최돼 왔으며, 2016년(상반기) 외 매년 하반기 10월이나 11월에 열렸다.
SDC는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차세대 사용자 경험(UX) 등 신규 소프트웨어(SW) 개발도구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개발자들간의 소통의 장으로 역할을 해 왔다. 2018년과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서 5천여 명이 참석했으며, 갤럭시폴드와 갤럭시Z플립 폼팩터와 여기에 적용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도 선보여 개발자와 갤럭시 사용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당초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SDC를 온라인으로 개최할 것을 검토했지만, 안전과 행사 취지상 여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SDC는 이틀간 소프트웨어 관련 내용을 장시간 발표하는 방식으로, 시연이나 부스를 통해 개발자 간 현장 소통·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왔다.
삼성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 개발자 커뮤니티, 파트너, 지역 사회 건강과 안전을 위해 당국의 최신 지침에 따라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며 "올해 (개발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해 아쉽지만, 최신 플랫폼 업데이트 등 정보와 뉴스를 개발자 웹사이트와 커뮤니티 포럼을 통해 지속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소프트웨어에 있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관심을 모았다. 자체적으로는 회사의 하드웨어(HW)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솔루션에 집중하면서, 서비스·콘텐츠 분야에서는 글로벌 유수 기업들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에 주력해 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웨어러블 기기, 가전 등 폭넓은 갤럭시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생태계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로 연동하고, 삼성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 '빅스비'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통해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갤럭시 생태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스마트워치, TV 등은 독자 플랫폼 타이젠 OS를 통해 자체적으로 기기 사용성을 최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OS와 클라우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와 같은 콘텐츠 기업과의 협업도 이뤄왔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처럼 안드로이드 시장의 다양한 앱과 게임, 대용량 파일 전송 등 기능보다, 디자인과 더불어 패션, 건강, 스포츠, 결제 등 소수 핵심 기능을 얼마나 경쟁력 있게 만드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취임 이후 올해 초부터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세계 유수 서비스 콘텐츠 회사와 전략적으로 협업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삼성은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20과 갤럭시Z폴드2 발표 때도 구글과 MS 솔루션을 적극 채택, 강화된 제품 생산성을 강조했다. 최근 삼성 클라우드는 내년 6월30일부로 기존 갤러리 동기화, 드라이브, 유료 저장공간 이용권 등 일부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대신 MS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이제 내부 개발도 중요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외부 강점을 활용하는 것도 전략의 일환으로 두는 분위기"며 "OS,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로 외부 협업을 확대하더라도 삼성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하드웨어 연결성 등)를 이루고 효율적이라고 판단이 되면 파트너십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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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만 제품 경쟁력에 직결되는 빅스비 등 솔루션까지 외부 의존도를 높이지 않고 있는 것은 향후 삼성이 추구하는 완성도와 방향에 있어 일부 영향을 받거나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행사는 열리지 않지만 공식 웹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이어오던 최신 정보 공유, 필요한 업데이트를 통해 개발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