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경매가로 주파수 재할당?…정부, 재량권 일탈”

2G·3G·LTE 주파수 재할당 앞두고 학회 세미나…"합리적인 재할당 대가 산정 필요”

방송/통신입력 :2020/09/17 19:41    수정: 2020/09/17 19:44

"어떤 방식으로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산정할지는 정부의 재량에 속한다. 하지만 가치가 낮아진 과거의 경매 대가를 고수한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김태호 서울대 교수는 17일 정보통신정책학회가 주최한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재할당 정책방향'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주파수 재할당과 관련한 법률 및 시행령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정부가 임의로 대가 산정 방식을 설정할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부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날 세미나는 내년 사용 기한이 만료되는 2G·3G·LTE용 주파수 310MHz 폭에 대한 정부의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합리적인 대가 산정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열렸다. 정부는 전파법과 시행령에 따라 적정한 대가를 산정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통신사는 모호한 법률에 따라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7일 정보통신정책학회가 개최한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재할당 정책방향' 세미나 현장 모습.

대가 산정의 핵심은 ‘과거 주파수 경매 대가’ 반영 여부다. 현행 전파법 시행령은 '할당대상 주파수 실제·예상 매출을 혼합한 금액의 3%'를 원칙으로 대가를 산정하되,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 할당대가(과거 경매 낙찰가)'를 추가로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경쟁적인 수요가 반영된 데다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과거 경매대가가 재할당에 반영될 경우 재할당 대가가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정부가 과거 경매가만 반영해 재할당 대가를 산정한다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최대 3조원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는 우려다.

이를 두고 김태호 교수는 기본적으로 어떤 산식을 활용해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선정할지 여부는 정부의 재량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재량권이 남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쟁적 구조에서 산정된 과거 경매가가 재할당에도 포함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대가 산정의 다양한 기준 중 하나로 들어갈 수는 있다고 본다”며 “다만 주파수의 가치가 과거에 비해 저하됐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매 대가를 비중 있게 활용한다면 재량권일탈·남용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최초 주파수 경매 시 통신사업자의 의사에 따라 최종 경매가가 달라질 수 있었던 만큼, 합리적인 대가 산정을 위해서는 과거 경매 당시 통신사업자의 기대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신규 주파수를 경매할 당시 통신사들이 주파수 활용기한을 넘어 지속적으로 해당 주파수를 활용하기 위해 높은 경매가를 부담했다면, 이 같은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라며 “최초 경매 시 통신사들의 의사에 따라 최종 경매가가 달라질 수 있고, 최종 경매가가 재할당에 반영될 경우 또다시 재할당 대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도 정부가 재할당 산식 결정에 재량이 있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재할당 대가 산식에 과거 경매가를 포함하는 것이 정부의 재량권 일탈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정부는 재할당 대가 산정 시 과거 경매가만 반영할지 경매가를 고려하되 부가적으로만 적용할지 선택할 수 있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정부의 재량 행위 일탈로 보긴 어렵다”라며 “그러나 정부의 재량권이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적절히 반영했는지 여부인 만큼, 과거 경매가만을 반영한 재할당 대가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합리적인 재할당 대가 산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통신사의 지불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과 통신사가 주파수에 투자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경원 동국대 교수는 주파수 재할당이 공급자는 정부, 수요자는 이동통신 3사 밖에 없는 ‘쌍방 독점 시장’이라고 전제했다. 쌍방 독점 시장에서는 시장 지배력이 더 큰 쪽의 결정에 따라 대가가 정해지기 때문에 이번 재할당 대가도 정부의 의사에 따라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정부가 적정 수준의 재할당 대가를 받기 위해서는 유일한 수요자인 이동통신 3사가 얼마를 부담할 수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적정한 수준의 재할당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유일한 수요자인 이통사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업자의 지불 능력을 고민해 적정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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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재할당 대가 산정 시 그동안 통신사업자가 해당 주파수에 투자한 기여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주파수는 중간투입요소에 불과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이용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의 투자가 필요하다”라며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주파수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통신사가 투입한 노력과 비용이 재할당 대가 산정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