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3G·LTE 이동통신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통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최대 3조원에 이르는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최악의 경우 일부 주파수를 포기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내년 6월 이용 기간이 종료되는 3G·LTE 주파수 310㎒ 폭에 대한 재할당 비용이 현실을 고려해 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기준에 따라 주파수를 할당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 3G·LTE 주파수에 높은 가격이 매겨져 최대 3조원에 이르는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통사는 현실적인 주파수 재할당 비용 산정을 요구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플랜B’도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국망으로 쓰이지 않는 일부 LTE 주파수를 잘라 재할당을 포기,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포함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 일부 중복되는 지역의 LTE 주파수를 잘라 포기하고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일부 LTE 주파수를 잘라내 할당받지 않더라도 가입자가 점차 5G로 이동하고 있고 2년 뒤에 추가적인 5G 주파수 경매가 있기 때문에 보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용 중인 LTE 주파수 중 일부를 포기하는 것은 이통사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 당장 일부 이용자의 불편이 초래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구축된 LTE 장비를 방치함으로써 사실상의 비용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통사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아진 3G·LTE 주파수 재할당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경우, 5G 투자에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5G에 대한 투자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치가 떨어진 LTE 주파수에 비싼 대가를 부담하는 것은 효율적인 비용 투입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용자 불만 등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일부 LTE 주파수의 재할당을 포기하고 5G에 투자하는 것이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통사는 현실적인 대가 산정을 위해 주파수 ‘재할당’을 고려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전파법 시행령은 예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납부금을 산정하고, 경매로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 과거 낙찰가를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할당대가는 2조6천억원에서 3천억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
사업자들은 과거 낙찰가를 반영한 산식이 주파수 대가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3G·LTE 주파수의 높은 가치를 반영해 낙찰가 정해졌으나,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과거 세대 주파수의 가치가 낮아졌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통사는 과거 낙찰가를 제외하고 산정된 1조원대 중반이 합리적인 금액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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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른 대가 산정은 신규 할당과 재할당 주파수의 경쟁적 수요가 동일하다고 전제한 것”이라며 “재할당 주파수는 신규 할당 주파수와 달리 매출액이 이미 나와 있고, 기존에 사용하던 주파수를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라 경쟁적 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고려해 대가가 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에 대해 전파법의 취지에 맞게 적정한 대가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가 희소 자원인 주파수를 적정한 가격에 배분하겠다는 취지다. 과기정통부는 이통사기 연말까지 재할당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대역별 적정 이용 기간 및 합리적인 대가 등 세부 정책 방안을 11월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