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을 떠나 같은 그룹 식구인 한화자산운용의 품으로 자리를 옮긴다. 사업 초기 자본 확충과 신사업 모델 확립에 고민하는 신생 보험사가 든든한 우군을 만나 도약의 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이날 캐롯손보 보유지분 51.6%(1천32만주) 전량을 한화자산운용에 매각(가격 542억원)한다. 지난 11일 이사회 결의에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위원회 승인 절차를 거쳐 거래를 매듭지으면 캐롯손보의 대주주는 한화손해보험에서 한화자산운용으로 변경된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와 한화자산운용 그리고 캐롯손보 측은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개선계획을 이행 중인 한화손보는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자회사를 정리해야 했고, 자산운용은 디지털 전환의 일환으로 캐롯손보가 필요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캐롯손보는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로 향후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나, 설립 초기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시기라 단기간의 손실과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며 "반면 한화손보는 금융당국 관리 아래 경영개선계획을 이행 중이어서 우선적으로 재무구조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도 "한화생명이 수혈한 5천100억원으로 글로벌 역량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캐롯손보 인수는 계획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갑작스런 변화지만 업계에선 이번 지분 이동이 캐롯손보엔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가 한화자산운용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다시 한 번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게 돼서다.
자본 확충이 대표적이다. 비록 캐롯손보가 주행거리 연동 후불형 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의 인기로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는 하나, 1천억원 수준인 지금의 자본금으로는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기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월 한화생명으로부터 5천100억원의 증자를 유치해 상대적으로 자본 여력이 충분한 상태다. 또 그 중 3천100억원을 디지털 역량 강화 등에 쓴다는 방침이라 장기적으로는 캐롯손보에 대한 추가 증자를 검토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캐롯손보가 한화자산운용의 도움을 얻어 사업을 고도화하고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만한 부분으로 지목된다.
이미 한화자산운용 측은 캐롯손보의 상품 연계를 통해 '토탈솔루션프로바이더(Total Financial Provider)'로 변모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투자와 보장상품을 함께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출함으로써 모바일 금융환경에 적응하고,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에도 속도감 있게 대처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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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한화자산운용은 캐롯손보가 성장하며 늘어날 운용자산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운용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양사간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새로운 최대주주인 한화자산운용은 물론 한화손보와도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