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결렬…채권단 "기안기금 2조4천억 투입해 체질개선"

컨설팅 거쳐 쇄신 방안 마련…자회사 분리매각도 검토

금융입력 :2020/09/11 18:57    수정: 2020/09/11 21:20

10개월간 이어진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최종 무산됐다. 이에 채권단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으로 아시아나항공에 2조4천억원을 수혈해 대대적인 혁신을 시도하는 이른바 ‘플랜B’를 실행에 옮긴다는 방침이다.

11일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아시아나항공 관련 브리핑에서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채권단은 기존 결의 사항과 기안기금의 2조4천억원 신규 크레딧 라인으로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아래 경영과 조직을 쇄신하고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 차질 없이 정상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참을 부탁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이는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가격을 낮춰주겠다는 채권단의 마지막 제안을 거절하며 사실상 인수 포기 의사를 표시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달 26일 이동걸 회장이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의 최종 담판에서 모든 인수조건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다시 채권단에 이메일을 보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의 '12주 재실사'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오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아시아나항공 지원 방안을 정부에 보고했다.

또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도 시장안정화 필요자금 2조1천억원과 유동성 부족자금 3천억원을 포함한 총 2조4천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공급 방침을 확정지었다. 세부적으로 1조9천200억원(80%)을 대출해주고, 4천800억원(20%) 어치의 영구전환사채(CB)를 인수키로 한 상태다.

최대현 부행장은 "거래를 이어가지 않겠다는 HDC현대산업개발 측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코로나19 국면을 감안해도 이들의 요구는 과도한 측면이 있고, 협의 과정에도 아쉬움이 크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비록 원치 않은 결과를 받아들었지만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경영정상화를 차질 없이 수행해 미래의 재매각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최대현 부행장은 "지금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거래 무산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를 대처하고자 기안기금으로 신속히 유동성을 확충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 내부 혁신을 위해 전문 기관을 통해 상당기간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여건이 됐을 때 책임 있는 주체로 재매각할 수 있도록 채권단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최 부행장은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임직원 순환휴직이나 임원 급여 반납 등 인건비 절감 노력을 이어왔고 기안기금이 투입되는 만큼 당장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는 않다"며 "그보다 노선 조정이나 원가 절감, 조직 개편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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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의 분리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컨설팅을 진행하며 자회사 관리나 매각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채권단은 아시아나매각 무산으로 어려움에 빠진 금호그룹에도 긴급 유동성을 지원한다. 최 부행장은 "그룹의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은 9월말까지 1천100억원, 연말까지 4천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1천200억원을 우선 지원하고, 정밀 실사 후 2천800억원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