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확산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전통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팬데믹으로 달러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면, 암호화폐가 '디지털 금'으로서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다.
10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외신 코인데스크는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그룹과 은행 소속 수석 경제학자 타이머 베이그(Taimur Baig) 박사가 이 같은 견해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DBS그룹은 최근 공개한 디지털화폐 관련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투기나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다뤄지던 디지털화폐가 시대 변화에 따라 투자자들의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 파장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전례없이 대차대조표 확대에 나서면서 암호화폐가 금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DBS그룹의 수석 경제학자 타이머 베이그 박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팬데믹 이후 암호화폐가 안전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주장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그는 DBS그룹 이전에 싱가포르 금융청(MSA), 국제통화기금(IMF), 도이치뱅크에서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전통 금융 전문가다.
인터뷰에서 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수요가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뚜렷하게 구분된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대체적으로 투기적인 수요가 주를 이뤘다고 봤다. 그는 "이전에 비트코인 가치가 극적으로 상승하는 걸 보면서 그 게임판에 동참하고자 했고, 자신의 자산 중 1% 정도는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투기적인 수요를 넘어서 안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보고 투자를 진행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비트코인은 유통량이 정해져 있어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투자자들의 관심 포인트가 이동했다"며 "달러의 과잉발행을 걱정하면서 '안전한 도피처'로 금과 함께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머 베이그 박사는 금값 상승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먼저 비트코인의 속성이 금에 가깝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달러에 대한 환률이 적용되는 다른 국가의 화폐처럼 비트코인을 외환거래(FX)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이는 잘 못된 것"이라고 단정했다. "법정화폐 가치는 국가의 생산력과 장기적인 성장률에 따라 결정되는 데 비트코인은 시스템에 기반해 유통되고 어느 국가의 부에 가치가 연동돼 있지 않으므로, FX보다 금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채권 같은 고정 수입의 수익률은 제로(0)를 향해가고 있는데 금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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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스위스 금융감독국의 은행 라이선스를 획득한 디지털자산 은행 '시그넘'도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암호화폐 투자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시그넘 고객 총괄 마틴 북헤르(Martin Burgherr)는 매체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플레이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으로 디지털자산에 관심을 갖는 패밀리 오피스(자산가가 자기 자산 운용을 위해 설립한 자산 운용사)와 개인 투자자들이 늘었다"며 "고객들이 디지털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하는 국내외 은행도 상당히 늘어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