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운전면허증 제대로 쓰려면 도로교통법도 개정해야"

국회 입법조사처 "실물 신분증처럼 쓰도록 해야 도입 취지 반영"

컴퓨팅입력 :2020/09/10 15:03    수정: 2020/09/10 21:42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실물 운전면허증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용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 등 신원확인 관련 법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정의 및 사용 가능 조건을 규정하고, 경찰이 교통사고를 야기하거나 면허의 취소처분 대상인 사람에게 운전면허증의 반납을 요구하는 경우 모바일 운전면허증이 등록된 스마트폰 등에 대해서는 반납을 요구하지 않게 하는 등의 법률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여러 사업자 및 정부가 이 서비스를 선보이게 되는 만큼, 각 서비스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사용자가 각 서비스의 특징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 도입 관련 호주·미국의 입법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지난 9일 발행하고 이같이 제안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 국내 최소 5종 이상 출시 예정

국내 상황을 먼저 살펴보면, 지난 6월 이동통신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본인확인 앱 '패스'에서 제공하는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가 출시됐다.

그 외 삼성전자가 인증 사업자인 한국정보인증과 함께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내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도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 출시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 지난 3일 임시허가를 받았다.

정부도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필요한 정보를 정부로부터 불러와 확인하는 개념인 민간 사업자 서비스와는 차이가 있다. 운전면허 정보를 보유한 주체인 경찰청이 사용자 휴대폰에 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는 방식이다. 사용처에 일부 제약이 있는 민간 서비스와 달리 정부발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실물 운전면허증을 사용하던 모든 곳을 대체할 수 있도록 서비스될 예정이다.

정리하면 현재까지 총 5종의 모바일 운전면허증 서비스가 출시됐거나,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비행기 탈 때도 쓸 수 있나?…규정 불명확해 사용자 혼란 초래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일찍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도입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면서 법률 개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사례를 보면 주 경찰, 공공안전부, 차량관리국이 공동 개발한 앱 'LA Wallet'을 통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지난 2016년 서비스했다. 실물 신분증에 담긴 모든 정보를 해당 앱에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경찰관은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운전자의 기기를 검색, 열람 또는 접근 권한이 없다고 규정했다. 또 운전자 신분과 면허상태를 확인한 즉시 모바일 기기를 운전자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 외 연령 확인이 필요할 때에도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공항에서도 이 모바일 신분증으로 실물 신분증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규정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비행기 테러 등으로 인해 공항법 상 신원확인 규제가 매우 까다롭다. 그런데 모바일 신분증은 법적 신분인증 수단이지만, 사업자가 이를 의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QR코드 판독기 없는 곳에선 모바일 신분증 거절되기도

호주의 경우 뉴사우스웨일스 주에서 관리하는 운전면허 정보를 이용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등록할 수 있는 'ServiceNSW' 앱을 2018년부터 제공했다. 운전자격 확인 외 주류 구매, 클럽 입장 등을 위한 연령 확인 등에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호주 도로교통법 중 모바일 운전면허증 관련 조항

해당 앱은 QR코드를 판독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대해 스마트폰 화면에 균열이 있거나, 결함·손상·기능장애가 있는 경우, 화면이 어두워서 읽히지 않는 경우, 모바일 운전면허증 복사·스캔·새로고침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 신분증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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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모바일 운전면허증 스캔 기기를 구비하지 않은 곳에서 실물 신분증 대체가 거절되는 사례가 존재했다. 약국, 자동차 대여, 공항 등에서 이같은 경우가 발생해 실물 신분증을 들고 다녀야 했던 것이다.

최미경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호주,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사용처가 실물 플라스틱보다 제한되는 경우 그 도입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며 "대면·비대면 거래 등에 관계없이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원활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모바일 운전면허증의 기술적인 구현 방식을 검증하는 한편,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수용할 수 있는 거래환경 등을 함께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