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가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이하 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8일 촉구했다.
법률 개정 취지에 맞도록 보편적이고 공평·타당한 기준과 명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하고,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는 게 인기협 입장이다.
지난 6월9일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제22조의7 등 신설)됐다. 이어 8일 법 시행을 위한 세부내용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인기협은 입법예고된 시행령안이 모호한 기준과 불명확한 표현들로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법이 위임한 범위를 일탈한다는 주장이다. 또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는 등 문제가 많아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본권 제한을 수반하는 규제 기준은 보편적이고 공평·타당해야 한다”
시행령 안은 '일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라는 기준을 설정해 서비스 안정성 조치의무 대상 사업자로 정했다.
그런데 '일일평균 이용자 수'의 경우 단순 서비스 방문자도 포함되는지의 여부가 불명확하다. 또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의 경우에도 국내 총량이 실제 소통되는 트래픽양인지 통신사가 보유한 트래픽양인지 여부 등 상당히 모호하다는 게 인기협 시각이다. 수범자인 부가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자사 서비스가 사용하는 트래픽양이 국내 총량의 1%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문제가 크다고도 지적했다.
“법은 명확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
인기협은 문제의 단초가 된 법률상 '서비스 안정성'이라는 용어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기협 측은 “이번 시행령안은 '과도한 집중', '최적화', '다중화', '연결의 원활성'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다양한 사업자와 서비스가 처해 있는 상황은 무시한 채 위와 같은 불명확한 용어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과기부가 명확한 답변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특정 사업자에게 불가능하거나 과도한 의무 부과하는 것은 부당”
아울러 인기협은 일일평균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이면서 일일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인 사업자는 서비스를 안정하게 유지해서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 외 사업자는 이런 책임에서 자유로운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인기협은 “서비스 변경 등으로 영향 받을 기간통신사업자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간통신사업자를 포함 관련 사업자에 대해서까지 협의 및 사전통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가능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라 할지라도 특정 사업자에게 트래픽 집중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와 이를 위한 물적 설비의 구매를 강제하는 것은 과도하고 형평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시행령은 법률에서 위임받은 내용을 규정해야.”
인기협은 또 서버 용량,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네트워크 용량), 트래픽 경로 관리 등에 대한 안정성 확보 조치를 수행한 후, 그 이행 현황에 관한 자료를 작성해 과기부장관에게 매년 1월말까지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의무를 규정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수범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행정조사의 한 유형으로(행정조사기본법 제2조 제1호 참조), 해당 조항은 법률의 규정 없이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별도의 의무를 부담시키는 부당한 것으로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위 같은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와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한다는 목적과의 연관성 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 인기협 입장이다.
“법률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아야.”
나아가 인기협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최종 이용자에게 안정성 확보조치를 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혹시 동일한 안정성 확보조치를 위해 모든 기간통신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라면 이는 부가통신사업자의 헌법상 기본권인 계약의 자유와 영업의 자유, 그리고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기협은 이번 시행령안이 단말기 사업자 또는 기간통신사업자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간과하고 있는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다. 즉 부가통신사업자가 이용자의 단말기나 기간통신사업자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해도, 단말기 자체의 노후화, 기간통신사업자의 유선 및 무선인터넷 특성 및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 등의 특성에 따라 여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성들은 무시한 채 모든 책임을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부여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자가 사실상 모든 주요 기간통신사업자와 계약할 것을 강요받게 되는 원인이 되면서, 부가통신사업자의 망비용 증가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도 우려했다.
이 밖에 인기협은 이번 시행령안에는 법체계에 맞지 않는 데이터 전송 요구권 관련 조항과 FTA 위반 가능성이 있는 조항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조항이 너무 많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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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법률의 수범자로 '1% 이상 사업자'를 대상으로 규정했는데 그 기준은 누가 판단하고 어떻게 알 수 있는지도 따져 물었다. 또 알 수 없는 영역이 많고 불투명한 통신시장에서 또다시 이용자보호를 앞세워 부가통신사업자에게만 의무를 전가하려는 것은 아닌지 반문했다.
인기협은 “과기부가 기간통신사업자의 접속계약, 전용회선 및 서버판매에 도움을 주는 시행령이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가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의 시너지를 품은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번 시행령안을 전면 수정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