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대신 유보신고제, 어떻게 바뀌나

신고제+인가제 폐지 부작용 방지 내용 담아...8일 입법예고

방송/통신입력 :2020/09/08 15:35    수정: 2020/09/08 16:31

30년 간 유지돼 온 통신요금 이용약관인가제(요금인가제)가 사라지고, 유보신고제가 새롭게 도입된다. 통신서비스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산업 환경에 따라 자율적으로 요금을 설정하고 서비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고제를 적용키로 한 것이다.

요금인가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요금을 포함한 약관 신고 내용을 15일 이내 반려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에 명시한 것이다. 신고제가 아닌 유보신고제란 이름이 붙은 까닭이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다음달 19일까지 의견수렴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 유보신고제는 왜 만들어졌나

요금인가제 폐지 논의는 2014년부터 시작됐다. 2001년 구 정보통신부 시절 유보신고제 전환이 추진됐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이후 2014년 초 구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연구반을 구성해 인가제가 묵시적인 담합을 조장하고 요금경쟁을 저해한다는 판단에 따라 개선 논의가 이뤄졌다.

요금인가제는 정부가 지정한 특정 통신사업자의 특정 서비스 이용약관에 대해 시장 출시 이전에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통신요금을 포함한 이용약관은 통신사가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정부에 신고만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시장지배력을 보유한 사업자가 요금을 지나치게 낮거나 높게 설정할 경우 약탈적 요금에 따른 시장 독과점이나 이용자 후생 감소가 이뤄질 수 있어 예외적으로 인가제를 적용해 왔다.

예를 들어, 이동전화의 경우 SK텔레콤, 유선전화의 경우 KT가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

그동안 정부는 인가제(비대칭 규제) 폐지가 지배적 사업자의 독점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왔지만, 시민단체들은 요금인가제가 요금의 상한선 역할을 해 요금인하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사전에 요금적정성을 심사하는 것이 실효성이 부족한 사전 규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 시장에서 새 요금제가 판매되는 결과가 아닌 예측에 근거한 규제였기 때문이다.

특히, 요금인가제가 사업자 간 묵시적 담합을 유도할 수 있어 경쟁을 제한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인가대상 사업자가 사전심사를 거쳐 새 요금제를 내놓으면 신고대상 사업자가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해 시장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반려 조건 명시…사전규제서 사후규제로 전환 구체화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예외대상 인가를 제외한 이용약관 신고 조항과 15일 이내 반려할 수 있다는 것 조항만 명시돼 있고, 구체적 반려 기준은 시행령에 담겼다. 다만, 이미 신고된 요금을 인하하거나 경미한 일부 조건 변경 등은 제외된다.

첫 번째 반려 기준은 기존 비슷한 요금제보다 비용 부담이 부당하게 높아지는 경우다. 요금인가제 폐지로 과도한 요금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장기 가입자, 다량 이용자에 부당하게 혜택이 집중되는 경우와 반대로 불합리한 이용조건이 부과된 경우에도 반려 검토 대상이 된다.

이를테면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기대수익이 높은 장기 약정 기간 가입자나 고가 요금 가입자만 데이터 제공량을 크게 늘리고, 단기 가입자나 저가 요금 가입자는 데이터 현저하게 적게 제공할 경우 반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사업자 간 공정경쟁 측면의 반려조건도 함께 담겼다.

도매대가 보다 낮은 요금을 통해 경쟁사를 배제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알뜰폰 요금제를 보호하기 위한 반려 조치다.

일례로, A통신사의 도매대가(망 이용대가)를 이용한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이 월 1만원인데 A 통신사가 월 1만원보다 싼 요금을 내놔 알뜰폰 요금제의 경쟁력을 없애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다른 방송통신사업자의 결합판매에 필수적인 요소 제공을 거부하거나 대가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경우에도 반려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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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사후 검토의 객관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령에 명시된 반려조건이 기존 인가제에서도 살펴보던 조건이고 크게 이견이 없는 내용으로 이뤄져 큰 변화는 없다”면서 “사전심사에서 요금제 출시 이후 사후검토로 바뀌면서 이용자 별 특성에 맞춘 특화 요금제 출시가 잇따라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