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폐지’ 놓고 시민단체·통신사 막판 논란

시민단체 "폐지하면 요금 올라" vs 통신 업계 “개연성 부족”

방송/통신입력 :2020/05/11 16:17    수정: 2020/05/11 17:51

지난 7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요금인가제 폐지’ 관련 법안을 두고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인가제가 사라질 경우, 이동통신 3사의 요금 인상을 억제할 최후의 수단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업계는 포화 상태인 시장 상황에서 인가제 폐지가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맞선다. 신규 요금제에 문제가 있으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는 ‘유보제’도 도입키로 한 만큼, 시민단체의 주장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참여연대와 한국소비자연맹, 오픈넷 등 시민단체는 11일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요금인가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본회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 이후 성명문을 국회에 전달해 해당 법안의 통과 저지를 주장할 계획이다.

11일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단체가 '인가제 폐지' 법안의 철회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시민단체 “인가제 폐지 시 통신사 요금 인상 못 막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국회가 사업자에게 요금결정권을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인가제 폐지를 결정했지만, 이는 이통 3사의 폭리를 막아온 인가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지 못한 것”이라며 “인가제가 폐지되면 통신사는 비싼 요금제에만 각종 혜택을 집중할 것이 자명하고, 이는 이용자 차별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요금 인상 효과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약탈적 요금 인하를 방지함으로써 후발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이용약관)을 출시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에 '신고'하는 것 만으로 신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

시민단체는 요금인가제가 이통 3사의 요금 인상을 막는 최후의 보루로써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는 지난해 4월 5G 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SK텔레콤의 요금 인가를 반려한 사례를 꼽았다.

조형수 참여연대 본부장은 “지난해 5G 요금제 인가 당시, 과학기술정통부가 저가 구간 5G 요금제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SK텔레콤의 인가 요청을 반려했기 때문에 5만원대 5G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국회는 요금인가제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심사가 소홀했던 요금인가제를 한층 강화해서 실질적인 요금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일 국회 과방위는 전체회의를 통해 요금인가제 폐지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통신 업계 “인가제가 요금 인하 하한 정한다…자유로운 경쟁 필요”

통신업계는 인가제 폐지가 요금 인상을 부를 것이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동통신 가입자가 포화인 상황에서 요금 인상은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이통3사가 요금 인상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더욱이 SK텔레콤이 인가를 위해 정부에 제출한 요금제를 후발 사업자가 모방하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가제가 자유료운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를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인가제가 정부의 심사 규제로 신속한 요금제의 출시를 저하하는 효과 외에 요금 경쟁의 하한을 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국회가 인가제 유지의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인가제 폐지는 요금 신고 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사업자 간 경쟁이 활발하게 촉발될 수 있도록 유도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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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인가제 폐지에 덧붙인 ‘신고유보제’를 통해서도 시민단체의 우려가 줄어들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국회는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되, 요금이나 이용조건이 부당하게 차별적이어서 이용자의 이익이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신고를 반려할 수 있도록 ‘신고유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고유보제를 통해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신규 요금제 및 서비스를 제한할 수 있는 만큼,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요금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요금인가제 폐지가 무조건 통신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은 현재 통신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