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데이터, 누가 책임져야 하나

[특별기획] 4차산업혁명 이제 시작이다⑦

방송/통신입력 :2020/08/28 08:41    수정: 2020/08/28 17:06

지난 7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한국판 뉴딜’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세기형 뉴딜로 추진하는 국가 프로젝트로 그 범위가 방대하고 천문학적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부처 간 사업 시너지를 내고 세밀하게 사업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 추진체계의 손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추진체계는 비상경제회의 아래로 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에서 한국판 뉴딜 추진TF(팀장 기재부 1차관) 형태로 돼 있다. TF 아래 디지털 뉴딜의 3축인 디지털 인프라팀(과기정통부 1급), 비대면 산업팀(팀장 기재부 1급), 디지털 SOC팀(팀장 국토부 1급)이 편재돼 있다.

■ 114조원 국책사업 차관이 실무

비상경제회의를 대통령이 주재하기도 하지만 실무를 기재부 1차관이 총괄하는 형태여서 114조원의 국비가 들어가는 초대형 국책 사업을 차관이 관장하는 모양새다.

특히, 현 정부의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25년까지 진행될 프로젝트를 현 추진체계로 진행하는 것이 적합 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체계는 임시적 성격이 짙어 중‧장기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사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판 뉴딜 정책을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면서 배포한 각 부처별 담당자를 살펴보면 ▲디지털 뉴딜의 경우 ‘비대면 산업 육성’에 5개 부처 14개과, ‘SOC 디지털화’는 6개 부처 10개과 ▲그린 뉴딜은 ‘도시‧공간 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에 5개 부처 9개과,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에 3개 부처 7개과,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은 4개 부처 7개과로 나눠져 있다.

▲안정망 강화 부문은 ‘고용사회 안정망’에 3개 부처 16개과, ‘사람투자’는 4개 부처 9개과로 나눠 있고 ▲10대 대표 과제 프로젝트도 ‘데이터댐’, ‘지능형 정부’, ‘스마트 의료 인프라’, ‘그린 스마트 스쿨’, ‘디지털 트윈’, ‘국민안전 SOC 디지털화’, ‘스마트 그린산단’, ‘그리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등에 8개 부처 58개 부서가 참여하고 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혁신을 추진해 선도국가로 도약하자는 범 국가적 프로젝트라는 위상을 감안하면 추진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관련 부처 간 협업 사업으로 진행되면 수평적 사업만 나열돼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수직적 체계가 돼야 입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한국형 뉴딜 사업을 확실히 책임지는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적용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디지털 댐 누가 책임지나

특히, 한국형 뉴딜의 10대 대표 프로젝트에 포함된 사업들이 데이터댐 사업을 포함해 대부분의 데이터 활성화와 연관을 갖고 있어 이를 전담하는 기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함께 제기된다.

최근 출범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별도로 ‘데이터청’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일각에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업무의 중복이나 상충관계가 생길 수 있는 데이터청의 설립보다는 정부조직 개편이나 청와대에 이를 관리할 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한국형 뉴딜과 이를 구성하는 한 축인 디지털 뉴딜 사업에서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향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원천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뉴딜의 또 다른 이름이 디지털 전환이라고 불릴 만큼 데이터의 활용과 관리, 규제체계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디지털 뉴딜의 방향성을 기업의 디지털 전환으로 볼 것인가, 산업 구조의 기반 전환 계기로 삼을 것인가에 따라 정부조직의 필요성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미래에 대한 투자개념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정부조직 개편으로 연계시키기는 어렵고 콘트롤 타워로 해결될 것이냐의 문제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바뀔 것이냐, 지속가능한 변화에 무엇이 필요한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공급 위주의 공정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시각과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삼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데이터청은 개보위가 데이터 산업에 대한 균형점을 찾고 총괄하기 위해 출범한 만큼 조직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현재로서는 불필요해 보인다”면서 “다만, 한국형 뉴딜 사업은 2025년까지 국가경제와 산업, 사회, 문화까지 혁신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기 정부로 무난하게 넘겨 줄 추진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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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만들어진 대통령 지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위상과 달리 권한 부재로 인해 부처 간 협업과 사회 갈등 중재라는 부문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형 뉴딜, 디지털 뉴딜의 사업도 부처 간 협업 구조로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 정권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채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를 책임지고 끌고 갈 조직과 인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