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공개적으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인수의지를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4개월 만에 재개한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대면 협상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는 가운데,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마지막 실타래를 풀어낼지 주목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20일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최고경영진간 면담을 제안했다"면서 "아시아나항공 M&A가 조속히 종결되길 희망하며, 채권단인 산업은행도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한 '재실사'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이동걸 회장이 또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과 직접 담판을 지으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선 두 사람의 대면이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고, 2천500억원 계약금 반환 공방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관건은 지난 6월25일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만나는 이동걸 회장과 정몽규 회장이 어떤 대화를 나누느냐다.
현재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건을 놓고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지만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금호산업 측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신고 완료로 선행 요건이 충족됐으니 거래를 끝내자고 주장하는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탓이다. 지난 20일에도 서울 모처에서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와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만났으나 입장차만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공문을 보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재실사하자고 요구했다. 인수 계약 기준이 되는 지난해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 당기순손실이 늘었고, 매수인 사전 동의 없이 자금 차입과 영구전환사채 발행이 이뤄졌다는 이유다.
따라서 일각에선 이동걸 회장이 일종의 회유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대출금 만기를 연장하거나 영구채 일부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은 이자비용을 줄이고, 거래 이후에도 주주로 남는 채권단과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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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하지만 이동걸 회장이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재실사를 허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일 브리핑에서 산업은행 측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재무구조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할 수는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이는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앞서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밝게 봤듯, 항공산업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고 본다"면서 "코로나19 위기라는 불확실성에 매몰되지 말고 긴 안목으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