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연임 가능성 높아져...왜?

임기 막바지 후임 하마평조차 없어...이 회장이 풀어야 할 현안 많아

금융입력 :2020/08/18 16:33    수정: 2020/08/19 06:58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이 도래하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임기 만료가 임박했음에도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산업은행의 역할이 커진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등 굵직한 기업 이슈도 풀리지 않아, 이동걸 회장이 자리를 지키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7년 9월 취임한 이동걸 회장은 다음달 10일자로 3년의 임기를 마무리한다. 다만 아직까지 후임자에 대한 하마평이 없어 그의 연임설에 힘이 실린 모양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제공

산업은행 회장의 연임설이 불거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운영 방향이 바뀌는 산업은행의 특성상 임기를 완주하는 것조차 어려운 자리로 여겨지는 탓이다. 실제 1954년 산업은행 설립 후 연임한 수장은 구용서 초대 총재와 김원기(15~17대)·이형구(25~26대) 총재 등 단 세 명뿐이며, 외환위기 이후엔 3년의 임기를 채운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다. 평균 재임기간 역시 18개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동걸 회장의 연임이 점쳐지는 것은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문제다.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의 대면 협상이 성사되면서 무산 위기에서 잠시 벗어나긴 했으나, 이들의 논의 결과에 따라 채권단 차원의 대응이 필요해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권단은 협상 결렬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 중이다. 8천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출자전환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별도로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제기할 수 있는 2천500억원 계약금 반환 소송에도 대비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이 완료되지 않아, 산업은행으로서는 이 작업이 원만히 끝을 맺도록 지원해야 하는 입장이다.

앞선 브리핑에서 최대현 부행장은 "코로나19로 각국의 (대우조선)기업 결합승인이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9월말엔 EU(유럽연합) 심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며, 연말까지 중국·일본 심사를 마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실패를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거래가 무산되면 대우조선이 채권단 추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KDB생명 매각도 현재진행형이다. 산업은행은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막바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가 종결되면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회사로 편입한지 10년 만이다.

이렇다보니 산업은행 내부에서도 이동걸 회장의 연임을 기대하는 눈치다. 신임 회장 취임 시 업무 파악 등으로 각종 현안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또 이동걸 회장이 그간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은행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에도 임직원들은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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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청와대의 최종 판단이 관건이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6월 브리핑에서 "주어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CEO의 덕목"이라며 "9월초까지 미련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 이후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연임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