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37% vs -6%…'코로나 시대' 상징하는 두 개의 숫자

극단적 양극화의 슬픈 그림자

데스크 칼럼입력 :2020/08/20 16:27    수정: 2020/10/05 13:3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37% vs -6%.

현재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두 개의 숫자다. 37%는 미국 5대 IT기업의 올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다. 애플을 비롯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이 영광의 주인공들이다.

그렇다면 -6%는? 5대 IT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S&P 500기업들의 주가 추이다. 올초보다 오히려 6% 떨어졌다.

투자은행인 크레딧 스위스가 집계한 수치다. 서로 상반된 이 수치들은 ‘빈익빈 부익부’가 갈수록 심화되는 미국 경제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미국 하원이 지난 7월 4대 IT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반독점 청문회를 개최했다.

다들 죽 쑤는 데 나홀로 잘 나가는 5대 IT기업 

미국은 코로나19로 혹독한 혼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 확진자만 550만 명에 이른다. 코로나19 사망자도 17만명을 넘어섰다. 실물 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업자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런데 증시 상황은 조금 다르다. S&P500과 나스닥 모두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각각 3389.78과 1만1210.84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겉모양만 놓고 보면 사상 유례 없는 호황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달라진다. 극소수 기술주들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대 IT기업은 ‘거침 없는 하이킥’을 계속하고 있다. 애플은 19일 장중 한 때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했다. 아마존(1조6천330억 달러), MS(1조5천870억 달러), 구글(1조520억 달러)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시가총액 7천480억 달러인 페이스북이 오히려 초라해보일 정도다.

'+37% vs -6%’ 속엔 이런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런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펜스자산운용의 드라이든 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뉴욕 증시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고 경고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잘 아는대로 주가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하는 지표다. 그래야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주식 양극화’는 코로나19로 혼란한 상황에서 믿을 건 ‘우량 기술주 밖에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투자를 나쁘게 볼 건 없다. 하지만 세계 기술의 흐름이 인터넷과 모바일에 이어 인공지능(AI)시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미국 백악관, 2016년 AI 보고서 통해 '슈퍼스타 편중' 경고 

이 대목에서 미국 백악관이 2016년 내놓은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Artificial Intelligence, Automation, and the Economy)’ 보고서를 떠올리게 된다.

AI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했던 그 보고서는 한 가지 의미 있는 경고를 했다. AI가 중심이 된 경제는 ‘슈퍼 스타에 편중된 기술 변화(super-star biased technological change)’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였다.

20세기 산업혁명의 특징인 ‘숙련 노동 중심의 기술 변화’와 비슷하지만 과실은 ‘극소수 슈퍼스타 기업’에 집중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AI 시대를 앞당긴 촉매제다. 대면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AI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을 비롯한 IT 빅5는 이런 흐름에 가장 잘 들어맞는 기업들이다. 가뜩이나 강력했던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날개를 달게 됐다. 

이들의 위세는 AI시대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자본과 기술 모두 다른 기업들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AI 산업도 이들 몫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최근의 '슈퍼스타 편중'이 더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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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리그’로 바뀐 미국 증시 상황은 오바마 행정부 AI 보고서의 경고와 맞물리면서 또 다른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의회가 (MS를 제외한) 4대 IT 기업 CEO를 불러 반독점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과연 미국 경제는, 아니 세계 경제는 ‘+37%’와 ‘-6%’로 대표되는 극단적 독점 상황을 슬기롭게 타개할 수 있을까?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당국자들의 머리에서 당분간 계속 맴돌 질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