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뉴딜, SW산업 경쟁력 키우는 계기돼야

"국산SW 세계 시장 점유율 2% 수준...성장 기반 마련해 줘야"

전문가 칼럼입력 :2020/08/20 13:41    수정: 2020/08/20 13:47

유천수 前 국방부 국방전산정보원 원장·現 국방획득혁신학회 부회장
유천수 前 국방부 국방전산정보원 원장·現 국방획득혁신학회 부회장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제시했다. 이 중 디지털 뉴딜의 3대 프로젝트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로서 디지털 기술의 기반이 되는 소프트웨어(SW)가 핵심이다.

따라서 한국판 디지털 뉴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SW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 기회에 국가 차원에서 SW 혁신성과 경쟁력을 보유한 국내 SW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SW 산업계의 주인공은 글로벌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IDC 등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종합해보면 국내 SW 시장에서 외산 기업의 점유율은 운영체제는 약 99%, DBMS는 약 94%라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은 지 오래이다. 국내 기업은 외국계 기업의 총판이나 파트너로서 단순 기술지원 혹은 인력 공급원 역할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산 SW 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2%에 지나지 않으며 일부 미들웨어나 응용SW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어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국내 SW 산업계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자동차, 에너지, 국방과 같은 전통산업에 IT·SW기술을 접목해 산업을 혁신하기 위한 융합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동시에 IT·SW 산업계를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자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견인하기 위한 전략으로 'SW 중심 사회'를 표방하면서 SW정책연구소 신설,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와 같이 물리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이번 정부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와 SW 산업의 고질적 관행을 혁파하고자 법제도적인 환경 개선에 역점을 두고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의 개정안을 마련해 왔으며 지난 5월 「소프트웨어 진흥법」으로 명칭이 바뀌어져 국회를 통과해 12월 10일부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한 디지털 뉴딜 정책과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법령과 제도적 근거를 마련 중이며 예산으로 뒷받침해 구체화시켜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의 모습. KDDX 사업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보다 작은 6천톤급 미니 이지스함 건조 사업이다.

과거에는 하드웨어 제조 중심의 방산기업 위주로 무기체계 개발을 담당해 왔지만, 무기체계의 첨단화 고도화 진전으로 이제는 SW 기업의 중요성과 역할이 높아졌다. 무기체계 분야에서 오래 전부터 인용되고 있는 자료에 의하면 현재 최첨단 전투기의 경우 약 80~90%의 기능을 SW가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공고 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전투체계 개발 사업은 국방력 건설 분야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이다. KDDX 사업에 있어서도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 개발에 국내 SW 기업의 전문적인 기술력을 활용함으로써 스마트한 전투체계를 구축함은 물론 참여한 국내 SW 기업의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방산기업과 조선기업, SW 전문기업이 서로 협력해 기술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며 정책적 의지라 할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각 정부마다 시행해 온 다양한 SW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SW 기업 수준 및 제품의 경쟁력이 나아지지 않고 답보 상태에 머물러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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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무기체계의 해외 수출을 또 다른 방산진흥정책으로 추진하는 정부 입장을 고려할 때 외산 제품과 기술을 적용한 무기체계의 해외 수출 시 당면하는 장애와 로열티 지불과 같은 복잡한 문제를 해소하는 길 역시 국내 SW 기업을 활용하고 육성하는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각 이해 당사자들이 여기에 맞춰 움직여 가면서 건전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때 정책목표가 달성될 수 있다. 국내 SW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도 이 지점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판 디지털 뉴딜을 국방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고민하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되기를 기대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