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어를 구사하는 동영상이 2018년 6월 온라인에 공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게 아니라 음성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네오사피엔스가 만든 거였다.
네오사피엔스는 트럼프 목소리 뿐 아니라 김정은 목소리와 김구 선생님 목소리도 재현, 주목을 받았다. MBC가 올 2월 방영해 시청자를 울린 '스페셜-특집 VR 휴먼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죽은 딸 아이 목소리를 재현한 것도 이 회사다.
창업자인 김태수 대표는 KAIST에서 음성 인식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LG전자, 퀄컴코리아 등을 거쳐 2017년 11월 네오사피엔스를 설립했다. 최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깜짝 놀랄 AI 목소리를 선보일 것"이라며 "서브스크립션 매출만 올해 1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은 AI가 만든 음성(성우) 서비스 '타입캐스트(typecast)'다. 지난해 4월 개발, 시험서비스를 거쳐 11월부터 유료화했다. '타입캐스트'는 사람 목소리를 내는 60개 캐릭터로 이뤄져 있다. 이들 60개 캐릭터는 성별, 연령별로 구분돼 있다. 특히 목소리에 사람 감정을 담아 네오사피엔스는 이들 캐릭터들을 '보이스 액터(Voice Actor)' 부른다.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으면 텍스트로 된 문장을 입력 창에 작성한 후 성별, 연령, 콘텐츠 분위기 등에 따라 나눠진 캐릭터를 골라(캐스팅) 편집하면 된다. 김 대표는 "앞으로 영어 캐릭터를 많이 늘릴 것"이라며 "이 분야에서 5~10년 안에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아래는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네오사피엔스는 어떤 회사인가
"우리는 AI로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혁신하는 회사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성우 서비스 ‘타입캐스트’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타입캐스트'에는 우리가 개발한 딥러닝 기술이 적용돼 있다. 다큐멘터리 같은 방송과 영상 더빙, 뉴스 제작, 오디오 북,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음성 분야를 전공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내 백그라운드가 음성이다. 한양대 전자전기공학부 97학번이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2001년에 KAIST 이수영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갔다. 이 교수님은 90년부터 인공지능을 연구한 AI 전문가다. KAIST 박사를 마치고 LG 우면동 연구소에 들어가 3년간 근무했다.LG 연구소에서도 음성인식을 연구했다. LG에 이어 퀄컴코리아에서 7년 일했다."
-퀄컴코리아로 이직한 계기가 있다고 하던데
"2010년즘 미국 퀄컴이 한국에 연구소를 만들었다. 이 연구소 소장으로 내가 아는 사람이 왔다. 미국 UC샌디에고대학 뉴럴컴퓨팅 연구소에서 2년간 박사 과정을 했는데 이때 나를 지도한 교수가 퀄컴코리아 초대 연구소장으로 왔다. 이 분 때문에 퀄컴코리아로 이직했다. 이 분 때문에 삼성전자 세바스찬 승 사장과 김윤 SK텔레콤 CTO 등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됐다."
-퀄컴코리아에서는 무슨 일을 했나
"컬컴코리아 연구소는 연구원 4명으로 시작했다. 나를 포함해 2명은 음성, 나머지 2명은 OCR이 전공이였다. 스마트폰에 눈과 귀를 다는게 당시 우리 목표였다. 길 가다 음악이 들리면 어떤 음악인지 알려주는 기술 등을 연구했다. 이 연구는 사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거보다 부르면 일어나는 기술, 음성으로 스마트폰을 깨우는 기술이 세계적으로 히트 했다. 2012년 퀄컴이 '올웨이즈 온 보이스 액티베이션'이라는 기능을 선보인 게 이거다. 지금도 오디오 쪽 간판 기술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꽤 된다. 시리나 빅스비를 제외하고 웬만한 스마트폰에는 다 쓰인다."
-네오사피엔스를 창업한 계기가 있다고 하던데
"퀄컴코리아를 2017년 8월 퇴사했다. 이보다 1년 앞선 2016년에 내 몸에 큰 일이 생겼다. 갑자기 심경근색이 와 크게 고생했다. 한달간 회사에 못갔다. 내가 미국에 등록한 특허가 40개나 된다. 논문도 20편이나 썼다. 총 인용 횟수가 2400건 정도 된다. 육체적으로 큰 일을 당하고 보니 죽기전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에디슨이나 테슬라 같은 업적이 있나?하고 되돌아 봤다. 기술이나 산업은 누군가 선도적인 걸 발표하면 쭉 끌려간다. 이런 걸 많이 봐왔다. 나도 엔지니어로서 무언가 선도적인 걸 내놓고 싶었다. 와, 이런 제품을 김태수라는 사람이 만들었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박사 받고 기업에서 10년간 일했다. 더 늦으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네오 사피엔스를 창업했다. 당시 내 나이가 40이였다."
-회사 이름이 독특하다. 어떻게 짓게 됐나
"회사 설립 6개월전부터 사명을 고민했다. 원래 사피엔스라는 말이 인상 깊었는데, 회사 설립 무렵에 사피엔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을 읽어보니 내용이 좋았다. 사피엔스라는 이름이 더 좋아졌다. 하지만 사피엔스로만 하기엔 뭐해서 앞에 네오를 붙였다. 네오는 내가 감명 깊게 본 매트릭스 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네오 사피엔스가 길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법인 등록때까지 더 좋은 이름이 안 나와 결국 네오사피엔스로 법인 등록을 했다."
-현재의 창업 아이템은 어떻게 결정했나
"회사 설립하기 전 8개월여를 KAIST 선후배와 교수님들을 만나 조언을 들었다. KAIST 연구실 후배 중 창업해 엑시트한 사람이 많이 있다. 퀄컴코리아가 투자한 회사 중에도 잘 된 곳이 꽤 있다. 이들을 찾아 다니며 조언을 들었다. '타입캐스트'가 그냥 나온게 아니다. 1년 이상 시행 착오를 거쳤다."
-보이스액터의 실제 목소리 주인공은 누구인가
"대부분 전문 성우다. 유튜버와 프리랜서도 있다. 각 캐릭터는 단순히 목소리만 들려주지 않는다. 감정을 담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 캐릭터를 '보이스 액터'라 부른다. 액팅,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전에 없는 '보이스 액터'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보이스 액터'들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예컨대, 책을 읽어 줄 수 있고, 효과적인 광고 제작에도 도움을 준다."
-가장 인기 있는 보이스 액터는
"매주 다르다. 보통은 나래이션하는 여성 보이스가 인기 있다. 앞으로는 영어 캐릭터를 더 많이 늘릴 예정이다. 20~30개 정도 더 많이 만들 생각이다."
-타입캐스트 서비스 사용료는
"월정 형식인 서브스크립션으로 사용료를 받는다. 요금은 사용처와 사용자에 따라 다르다. 과금 종류는 무료를 포함해 총 4가지다. 무료 사용자는 사용 글자수가 3천자 이내로 제한된다. 유료는 베이직(1만5천원), 프로(4만5천원), 프로플러스(9만9000원) 등 3가지가 있다."
-사용자는 몇 명인가. 주요 고객사는
"누적 사용자가 지난 5월 5만명이 넘었다. 유료 사용자는 1만명이 넘으면 공개할 생각이다(웃음). 평균 결제액은 2만원 이상이다. 주요 고객은 방송사 등이다.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4곳 중 2곳도 우리와 일을 한다. 하반기에 깜짝 놀랄 사례가 있을 거다. 공중파 방송사 4곳 중 2곳도 고객이다."
-오디오북 제작 서비스 사업도 하고 있는데 사업 현황은
"대교랑 2권, 웅진이랑 2권 등 총 4권의 오디오북이 우리 캐릭터를 사용해 시장에 나왔다.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올해는 일종의 트라이 차원이다. 의미 있는 사례도 있다. 한 사용자가 우리 플랫폼을 사용해 책을 혼자 만들었다. 우리가 도와 준 게 하나도 없다. 수천개 출판사들이 우리 플랫폼을 이용해 책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국내 음성 AI 시장 현황은 어떤가
"아직 열악하다. 플레이어(기업 수)가 몇개 있다고 하지만, 말하기 뭐한 정도다. 그냥 TTS사업(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정도다. TTS 사업은 솔루션 사업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TTS 사업이 아니다. 목소리를 사고 파는 플랫폼이다. 단순한 목소리만 전하는게 아니라 연기를 통해 감성도 전달한다. 우리가 만든 AI음성이 방송에도 출연했다. 방송 출연은 장난이 아니다. 진짜 잘해야 한다. "어, 목소리가 비슷하네~" 정도로 안된다. 우리가 MBC의 김구 선생님 목소리를 재현했는데, 당초 MBC가 모 대기업에 이를 의뢰했다 여의치 않자 우리한테 온 거다. 이 분야 기술력은 우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AI전문 기업들이 매출면에서는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네오사이언스 매출은
"올 1분기에 작년 일년 매출을 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서브스크립션으로 최소 10억원이다. 챌린징 한 매출이지만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투자 유치 현황은
"시드와 시리즈A로 총 62억원을 받았다. 내년까지는 투자를 안 받아도 되는 수준이다. 내년에는 서브스크립션 매출만 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걸 달성 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해외 OTT랑 내년초에 뭔가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국내 OTT와는 일을 안하고 있다."
-해외 진출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최근 델라웨어에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해외서 결제 요청이 들어와 만든 거다. 해외 사용자용으로는 아직 결제 기능을 안 붙였는데, 송금 계좌를 보내달라고 해 미국 법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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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후나 10년후 회사 비전은
"언제까지 유니콘이 되겠다는 생각은 안해봤다. 우리가 만든 AI는 가상의 연기자다. 연기가 안되면 콘텐츠를 못쓴다. 그래서 AI '보이스 액터'인거다. 일종의 새로운 산업 변화다. 앞으로 5~10년 안에 이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올 거다. 현재는 미국 라이어 버드라는 회사와 경쟁하고 있다. AI로 오바마 목소리를 재현한 회사다. 작년에 팟캐스팅 기업이 이 회사를 인수했다. 영국에도 있다. 영국 소재 회사는 최근 20억원 시드 투자를 받았다. 이 분야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음성이다. 이걸 앵커로 잘 잡고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