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업] 루닛 "유니콘은 당연…세계 AI의료 시장 정복"

국내 딥러닝 1호 스타트업...내년 세계 첫 치료 AI 제품 '루닛 스코프' 출시

컴퓨팅입력 :2020/07/03 16:09    수정: 2020/07/04 08:52

AI 의료 전문 스타트업 루닛에 최근 낭보가 전해졌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20년 세계 기술선도기업 100곳' 중 하나로 루닛을 선정했다. 한국기업으로는 루닛이 유일했다. 루닛은 국내 '딥러닝 1호' 스타트업이다. KAIST 출신 6명이 뜻을 모아 2013년 8월 설립했다.

그동안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2017년 CB인사이츠(CB Insights)가 선정한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에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뽑혔다. 같은해 엔비디아(NVIDIA)가 선정한 '소셜 임팩트 5개 AI 스타트업'에도 선정됐다.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주는 'Most Committed Award' 상(2017년)도 받았다. 지난해에는 세계서 가장 유망한 디지털 헬스 기업 목록인 '디지털 헬스 150(Digital Health 150)'에도 꼽혔다. 

루닛은 어떤 기술과 제품을 갖고 있길래 이런 상을 받았을까. 루닛의 대표 제품은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다.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의료AI 제품이다.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흉부 X레이를 분석해 폐 관련 질환을 빠르고 정확히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루닛 인사이트 CXR', 다른 하나는 유방암 등이 의심되는 이상 부위를 알려주는 '루닛 인사이트 MMG'다. 두 제품 모두 의료영상 검출 보조 소프트웨어라 부른다.

'루닛 인사이트 CXR'과 '루닛 인사이트 MMG'외에 루닛은 새로운 '히든카드'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 'CXR'과 'MMG'는 '진단' 영역 제품이다. 반면 새 제품은 진단보다 더 고부가 영역인 '치료'와 관련 있다. 치료제 성격의 면역항암제 제품인 '루닛 스코프(SCOPE)'를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루닛은 "예정대로 나오면 세계 첫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의료AI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세계적 의료기기업체 GE헬스케어와 판매 협력(파트너십)을 맺었다. 앞서 일본 대형 의료기기업체 후지필름과 지난 2018년에 파트너십을 맺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올해부터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등 매출 그래프가 이쁘게 그려질 것"이라면서 "폐와 유방암과 관련 AI기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서 대표는 창업멤버는 아니다. 의사 출신인 그는 2016년 6월 루닛에 합류, 2018년 10월 CEO가 됐다. 전임 CEO이자 창업자인 백승욱과 KAIST 동기다. 언제 유니콘이 되는냐는 질문에 서 대표는 "유니콘은 당연..."이라며 "5년 이내"라고 답했다. 

KAIST 졸업후 서울대 의대에 편입, 레지던트(전공의)를 마친 의사 출신이다. 2016년 6월 루닛에 합류했고, 2018년 10월부터 CEO를 맡고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 서울대 병원서 레지던트를 마친 의사 출신 CEO다.

-루닛(Lunit)은 무슨 뜻인가

"Learning Unit의 줄임말이다. 배우고 성장하는게 인공지능 핵심이다. 기업문화 차원에서도 배우고 성장하는 조직이 되자는 뜻에서 루닛으로 지었다. 2013년 8월 창업때 이름은 클디(Cldi)다. 설립 당시만해도 사업 모델이  패션AI이였다.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찾아주는 일을 했다. 패션AI는 기술 변별력이 낮다. 기술 정확도가 90%나 70%나 의미가 크지 않다. 기술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았는데 그게 의료였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곳,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사업, 세계시장에 갈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고 그게 의료AI였다. 2014년 초반에 패션에서 의료쪽으로 사업모델을 바꿨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6명이 공동 설립했다. 6명 중 5명이 전공이 기술이다. 6명 창업자들은 지금도 루닛에서 일하고 있다."

-창업자가 아니고 뒤늦게 루닛에 합류했다. 레지던트까지 마쳤는데,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루닛에 합류하게 된 이유는

"KAIST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서울대 의대 본과로 편입해 가정의학과에서 인턴을 했다. 가정의학과는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 여러 과를 다 경험해 볼 수 있다. 인턴에 이어 레지던트(전공의) 3년을 마치고 경기도에서 군의관 생활을 했다. 당시 백승욱 대표와 자주 만났다. 마침 백 대표는 의료 쪽으로 사업 전환을 고민하고 있었고, 나는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서로가 서로를 조언해주다 루닛에 합류하게 됐다. 처음에는 의학총괄 이사로 들어왔다. 2018년 10월에 CEO가 됐다. 전임 백 대표와는 KAIST에서 방송반 생활을 같이 했다."

-영어를 잘한다고 들었다

"아버지가 외교관이였다. 한국과 외국을 왔다갔다 했다. 초등학교 6학년말에 이태리로 가 초중고를 외국에서 졸업했다. 영어는 모국어처럼 편하다. 이태리어와 스페인어도 좀 할 줄 안다. "

-창업자가 CEO 자리를 서 대표에 넘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술은 이미 탄탄하니, 이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출하려면 아무래도 의료 분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CEO를 맡는게 낫겠다는 생각이였다. 도 하나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루닛은 창업때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 흔히 말하는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이다. 해외에 나가려면 아무래도 영어를 잘하는게 낫다. 백승욱 전 대표는 이사회 의장 겸 최고혁신책임자(CIO, Chief Innovation Officer)로 루닛의 미래 전략을 이끌고 있다."

-자문위원들 경력이 화려하다

"가장 유명한 사람은 엘리어트 시걸(Eliot Siegel) 박사다. 의료영상저장정보시스템(PACS) 창시자다. 이 분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미국 유방암 분야에서 오피니언 리더인 린다 모이(Linda Moy)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존스홉킨스 대학 칸 시디키(Khan Siddiqui) 박사와 조경현 뉴욕대 교수도 자문위원이다. 조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외국서 가장 유명한 AI 교수 중 한명이다."

-루닛은 어떤 제품(솔루션)들을 갖고 있나

"두 가지는 출시했고, 하나는 내년에 선보인다. 이미 출시한 두 개는 진단에 관한 거고, 내년에 나올 한 개는 치료에 관한 거다. 진단에 관한 제품은 폐 질환과 관련한 '루닛 인사이트 CXR(Lunit INSIGHT CXR)'과 유방암과 관련한 '루닛 인사이트 MMG(Lunit INSIGHT MMG)' 등 두 종류가 있다. 내년에 나오는 제품은 '루닛 스코프'로 치료 관련 AI다."

-제일 먼저 출시한 '루닛 인사이트 CXR'은 어떤 제품인가

"2017년 11월에 발표했다. 북미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규모 영상의학 학회인 RSNA(Radiological Society of North America, 북미영상학회)에서 선보였다. 폐결절 및 폐암을 잡아내는 기능을 갖춘 의료AI다. 지금도 다른 곳에서 많이 인용된다. 당시만해도 'CXR'과 같은 제품이 없었다. 현재 CXR은 폐와 관련한 10가지 병변을 캐치한다. 의사 혼자 캐치할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다. 기능 두 가지를 추가한 신제품 'CXR'을 출시하려고 중비중이다. 내시경 등때 사용하는 튜브의 위치를 보다 잘 알려주는 것과 골절 여부를 더 잘 알려주는 제품을 준비중이다."

-2018년 11월 나온 두번째 제품 '루닛 인사이트 MMG'는 어떤 기능을 갖고 있나

"유방촬영영상 판독보조 소프트웨어다. 첫번째 솔루션 'CXR'을 발표하고 1년 후인 2018년 11월에 선보였다. 발표 장소는 역시 RSNA였다. 의사가 유방암 여부를 진단할때 보다 정확히 판단할때 도움을 준다.  국내 인증(식약처)은 작년 7월, 유럽인증(CE인증)은 최근 받았다. MMG는 현재 버전이 1.0이다. 신제품을 출시해 내년 4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밀도와 조직을 보다 잘 파악하게 해주는 기능을 추가한다.""

-세번째 제품 '루닛 스코프'는 언제 나오나

"루닛 스코프는 이전 두 제품과 성격이 다르다. 현재의 'CXR'과 'MMG'는 진단에 관한 솔루션이다. '스코프'는 치료에 관한 제품이다. 항암 치료제에 대한 반응을 AI로 예측해준다. 병리과쪽 제품이다.예컨대,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어떤 약을 투약하면 잘 들을수 있는 지 알려준다. 우리가 초점을 두는 건 면역항암제다. 면역함암제는 3세대 제품이다. 신체내 면역세포 활동으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세계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고, 모 대형병원과 스코프 사용을 논의중이다.내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되면 이 분야 세계 첫 출시다."

-의료AI 기업이 많다. 어떤 비교우위를 갖고 있나

"가장 큰 차이점은 정확도다. 우리 제품은 정확도가 높다. 제품 종류는 많지 않다. 의료 분야는 생명을 다룬다, 잘못하면 제로(0)가 될 수 있다. 정확도가 매우 중요하다. 정확하지 않으면 병원에서 쓰지 않는다. 의학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면 우리 회사가 경쟁사보다 월등히 많다. GE헬스케어가 최근 우리 제품을 선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증된

 AI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더랜셋디지털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 JAMA네트워크오픈(JAMANetwork Open), CID(Clinical Infectious Diseases) 같은 학술지에 지속적으로 논문을 발행, 채택되고 있다. 우리 기본 철학은 특정분야를 깊게 파고, 다양한 의료 저널에 게재하고, 세계적으로 판매하는거다. 우리 제품은 국내 빅5 종합병원은 물론 1~3차 병원과 보건소에서 사용하고 있다. 해외서는 멕시코, 아랍에미리트연합, 중국, 태국, 대만 등에서 흉부 엑스레이 및 유방촬영술 영상 분석에 사용하고 있다."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루닛 사무실 모습

-글로벌 톱3 의료기기 회사 중 하나인 GE헬스케어와는 어떻게 협력하게 됐나

"GE가 먼저 파트너십을 제안했다. GE헬스케어는 지멘스, 필립스와 함께 세계 톱3 글로벌의료기기 회사다. GE와의 파트너십은 그만큼 우리 제품이 우수하다는 걸 말해준다. GE가 그냥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었겠나. 세계 모든 제품을 다 테스트해 본 후 우리 제품을 택한 거다. 우리 제품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회사 제품보다 우수하다.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은 3년전부터 AI를 수용, 자체 개발 할지 파트너십으로 갈지 고민했는데, 결국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GE헬스케어는 세계의료장비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메이저 의료기기업체 후지필름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후지필름은 의료기기 분야에서 글로벌 톱5안에 드는 회사다. 일본에서는 톱이다. 후지와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다. 우리 기술이 우수하다고 여긴 후지필름이 지난해 8월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기간이 3년 정도 걸린 것 같다. 후지필름은 의료용 영상관리시스템에서 세계 17.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MRI나 CT 등 의료기기는 보유하고 있지 않았는데 히타치의 영상진단기기 사업을 지난해말 인수, MRI와 CT시장에도 뛰어들었다."

-GE헬스케어와 후지필름 외에 다른 글로벌 회사와의 파트너십은

"필립스와도 이야기 중이다. 의료기기는 GE, 필립스, 지멘스가 글로벌 톱3다. 파트너십을 맺은 GE헬스케어와 후지필름 두 회사를 합치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40% 정도 된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건 세계 시장의 70~80%다. 이를 달성하려면 다른 글로벌 기업과도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흉부X레이랑 유방촬영 분야 세게 AI시장 세계 규모는 1조원이 넘는다."

-해외 수출 현황은

"2018년 10월 미국 보스톤에 법인을 세웠다. 미국 법인이 남미도 커버한다. 미국 FDA 인증을 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임상2상 중이다. 임상이 끝나면 바로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미국 자격증을 따면 부터 본격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유럽은 지난달 네덜란드에 오피스를 마련했다. 유럽에서는 이미 CE인증을 받았다. 바로 영업이 가능하다."

-투자 유치 현황은

"2013년 8월 창업 이후 현재까지 약 600억 원을 투자 받았다. 앞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200~300억 원을 더 유치할 계획이다. 시드 투자는 21억원을 받았다.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포메이션그룹, 카카오벤처스 등이 투자했다. 시리즈A는 2016년 37억원, 시리즈B는 2018년 163억원을 각각 받았다. 시리즈C는 국내와 해외 투 트랙으로 한다. 국내 투자는 작년말 받았고, 해외는 이제 막 시작하려 하고 있다. 미국, 유럽에서 200~300억원을 유치하려 한다."

-상장 계획은

"내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주관사는 정해졌다."

-맨파워나 인증 및 특허는

"직원이 많이 늘었다. 6월 현재 122명이다. 딥러닝 전문가들 이외에 풀타임 전문의 6명을 포함해 15명의 영상의학전문의와 병리학자들로 구성한 의학팀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등 세계 20여 개 의료기관과 활발한 연구협력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에 필요한 양질의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150만장 이상 의료 영상이 루닛의 연구개발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됐다. 유럽CE인증을 포함해 국내외 출원 및 등록 건수가 45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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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사를 꿈꾸나. 5년후,10년후 비전이 궁금하다

"세계의 수많은 환자들이 우리 제품으로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 유니콘은 당연한 거다. 우리는 유방암과 폐 분야에 관해 세계최고 AI회사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 제품을 갖고 있다. 이 분야 산업이 아직 초기라 매출은 작다. 올해부터 가파르게 성장할거다. (매출) 이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서범석 루닛 대표(왼쪽)와 백승욱 창업자 겸 전 대표. KAIST 동문인 두 사람은 방송반 활동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