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이후, 현지 반도체·IT 기업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전 세계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추가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5월 발표한 화웨이 제재안을 한층 강화한 것으로, 화웨이가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개발·생산한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내용이다.
즉각 반발한 곳은 반도체업계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입장문을 통해 “반도체 거래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 안보를 달성하려는 기존의 부분적인 제한 입장에서 갑자기 선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외 IT 기업들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애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챗 금지령’에 몇 년 동안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온 440억달러(52조원) 규모의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은 애플의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내 안드로이드 경쟁사인 화웨이는 애플의 폐쇄형 앱스토어와는 달리 위챗을 자유롭게 직접 제공하거나 사용자들에게 다운로드를 허용한다. 앱스토어에서 위챗이 접속되지 않을 경우, 중국 시장 내 단말기 판매가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TF 국제 증권의 궈밍치(Kuo Ming-chi)는 만일 애플이 글로벌 앱스토어에서 위챗 제거를 강요당하면 아이폰 연간 출하가 25~30% 감소하고 에어팟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다른 하드웨어 출하는 15~25%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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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미국의 통신용 칩 제조사 퀄컴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 설득에 나섰다고 전했다. 퀄컴은 화웨이 제재 탓에 매년 80억달러(9조5천억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을 경쟁업체들에 내주게 됐다는 논리로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자사에 대한 제재가 미국 기술 산업 전체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웨이는 미국 반도체 기업 내 관계자의 말을 빌어 "2019년 세계 반도체 소비량의 60% 이상을 중국 시장이 차지했다"며 "미국 공급자들로부터 중국 제품의 제거는 잠재적으로 미국의 국내 사업들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