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품질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그 예상치 못한 결과에 고개를 갸웃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가 기준 때문입니다. 정부는 통신사가 공개한 커버리지 정보의 정확성과 5G의 품질을 평가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평가대상이 옥외 30%, 다중이용시설과 교통 인프라가 70%의 비중입니다. 이동통신 3사는 3.5GHz 주파수를 이용해 옥외 중심으로 커버리지를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의 품질평가를 실시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다중이용시설의 이용률이 저조한 것을 감안하면 이 기준은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때문에 정부의 품질평가 결과를 검증해보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주요지역 14곳(옥외 7곳, 실내 7곳)의 5G 품질을 직접 테스트해 보았습니다.[편집자주]
통신 품질평가는 이동통신 3사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항이라 매우 민감합니다. 과거에는 이 결과를 토대로 ‘1등 품질’ 등의 마케팅을 해 사업자 간 다툼도 있었습니다.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5G는 이제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을 갓 넘긴 탓에 자칫 품질평가 결과가 차세대 서비스의 품질 우위를 결정하는 잣대로 활용될 수 있어 더 예민한 이슈입니다.
과기정통부 역시 이를 모를 리 없기에 평가대상과 기준을 정하는데 신중을 기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용자가 일상에서 실제로 체감하는 품질을 측정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대목과 달리 이번 품질평가 기준과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예정에 없던 상반기 평가를 실시한 탓일까요.
매번 품질평가 대상 지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품질평가의 목적이 ‘커버리지 및 품질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에 있다면 어떤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그리고 측정한 곳들의 평균치를 알려주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발표 수치와 이용자들의 체감 정도나 측정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지난해 정부는 품질평가 결과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58.53Mbps라면서 이용자가 측정한 결과는 최소 24.27Mbps, 최대 150.89Mbps라고 발표했습니다. 정부 평균 측정값이 이용자들이 측정한 최대값보다 컸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때문에 이번 평가뿐만 아니라 앞으로 품질평가에서는 그 대상과 기준이 좀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겠습니다.
■ 이렇게 테스트했습니다
지디넷코리아에서 실시한 테스트 방법은 간단합니다. 5G 단말을 보유한 이용자라면 누구나 테스트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5G를 지원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표 모델인 갤럭시S20과 V50S 씽큐 단말에 속도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인 벤치비를 설치하고 실내‧외를 구분해 속도를 재보았습니다.
각 단말에 이동통신 3사의 5G 유심을 번갈아 갈아 끼우며 동일 장소에서 측정했습니다. 또 소위 ‘SK텔레콤‧KT‧LG유플러스향’이라고 출고되는 이통 3사 특화 단말의 경우 해당 사업자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급제폰을 이용했습니다.
서울‧수도권 지하철은 지하역 458곳 중 3사 평균 122곳밖에 구축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제외했습니다. 통신서비스는 끊김이 없어야 하는 ‘심리스(Seamless)’가 중요한 가치인데 30%도 채 구축돼 있지 않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며 측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과 강북의 옥외 7곳, 다중이용시설인 실내 7곳을 정해 총 14곳에서 품질평가를 해봤습니다. 정부가 측정한 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탓에 임의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골랐습니다.
또 정부는 통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평가 대상 지역에서 전문요원이 최소 50회 이상 측정했다고 밝혔지만, 일반 이용자 관점에서 5회만 측정을 하고 그 중간 값을 택했습니다.
5G의 커버리지가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집중돼 있는 초기란 점, 정부가 밝힌 것처럼 이통 3사의 커버리지가 과대 표시된 것은 아닌지 점검의 의미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사업자 간 속도의 우위보다는 주요 지역에서 이통 3사의 5G 서비스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체크해 봤습니다. 또 정부의 품질평가 결과가 신뢰할 만한 것이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 정부 발표 결과 순위와 달라
정부는 5G 품질평가 결과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656.56Mbps, 업로드는 64.16Mbps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통신사별로는 SK텔레콤 788.97Mbs, KT 652.10Mbps, LG유플러스 528.60Mbps 순입니다.
‘옥외’와 ‘다중이용시설‧교통 인프라’로 구분해서 정부가 내놓은 결과 값도 유사했습니다. ‘옥외’ 다운로드 평균은 663.14Mbps, 업로드 67.18Mbps였고 다운로드 기준으로 SK텔레콤 773.17Mbps, KT 621.96Mbps, LG유플러스 594.30Mbps였습니다. ‘다중이용시설‧교통 인프라’ 다운로드 평균은 653.97Mbps, 업로드 62.98Mbps였으며 SK텔레콤 795.17Mbps, KT 663.94Mbps, LG유플러스 502.79Mbps였습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옥외 지역의 커버리지는 3사가 비슷합니다. 다중이용시설의 구축현황은 SK텔레콤 1천606개, LG유플러스 1천282개, KT 938개 순이었고, 지하철(지하역)도 부산‧대구‧대전‧광주은 3사가 동일했으며 서울‧수도권만 SK텔레콤 158개, KT 108개, LG유플러스 100개 순이었습니다. 고속도로 주요 구간도 총 32곳 중 SK텔레콤 22개, KT 22개, LG유플러스 23개 였습니다.
따라서 정부 발표 결과대로라면, 이동통신 3사 중 SK텔레콤이 5G 커버리지를 조금 더 구축했고, KT와 LG유플러스가 비슷하게 구축했는데 속도는 LG유플러스만 현저하게 낮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측정을 해보니 그 결과는 달랐습니다.
■ 옥외, SK텔레콤-LG유플러스 앞서
옥외에서는 ▲광화문사거리 ▲서울시청 광장 ▲서울역 시계탑 앞 ▲홍대 어울마당로 ▲삼성동 코엑스와 트레이드타워 사이 ▲강남역사거리 ▲잠실역사거리 등 총 7곳에서 속도를 측정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LG유플러스가 평균 다운로드 속도 771Mbps, 업로드 102.1Mbps로 가장 빨랐습니다. SK텔레콤과 KT의 다운로드 속도는 716.3Mbps, 661.7Mbps였고 업로드는 99.3Mbps, 83.6Mbps였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를 갖고 어느 사업자가 우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측정 때마다 편차가 컸고 갤럭시S20과 V50S씽큐 두 단말 사이의 속도 편차도 존재했습니다. 장소에 따라 갤럭시S20이 빠른 곳도 있었고 V50S씽큐가 빠른 곳도 있었습니다.
특히 아직까지 촘촘하게 기지국이 구축되어 있지 않은 탓인지 동일 장소에서 측정을 하는데도 5G 신호를 잡지 못하고 LTE로 변경되는 일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따라서 분명한 것은 정부 발표처럼 현재 구축된 커버리지에서는 5G 품질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순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5G 조기 투자를 유도하고 이용자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지역별 구축 여부를 촘촘히 공개하고, 몇 호선 지하철에서 5G가 되는 지, KTX, SRT 등을 이용할 때 어느 구간에서 5G가 안 되는 지 등을 공개하는 게 차라리 바람직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실내 다중이용시설, 지역별 편차 커
옥외에서 5G 속도측정을 했을 때는 정부가 발표한 5G 평균속도를 넘어설 정도로 지역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실내에서 측정한 다중이용시설의 경우에는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습니다.
실내 측정 장소는 옥외 측정 지역에서 가까운 곳의 다중이용시설에서 실시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서울도서관 일반자료실 ▲서울역 롯데아울렛 2층 ▲홍대역사 내 ▲코엑스몰 메가박스 앞 ▲강남역 지하상가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롯데마트 앞 등 7곳입니다.
SK텔레콤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812Mbps로 가장 빨랐고 LG유플러스와 KT가 각각 729.3Mbps, 625Mbps로 뒤를 이었습니다. 업로드 평균 속도는 98.6Mbps로 KT가 가장 빨랐고,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각각 87.2Mbps, 64.6Mbps를 기록했습니다.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홍대역, 강남역, 코엑스 등에서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속도가 확실히 빨랐습니다. 세 곳에서는 다운로드 속도가 1Gbps를 넘을 정도였습니다. 이곳들을 꼼꼼히 둘러보니 중계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반면 도서관이나 아울렛, 전시장 등에서는 속도가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결국 젊은 층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인빌딩 중계기가 촘촘히 설치돼 있었던 것이 속도 차이를 나타낸 것이죠.
실내 역시 아직 이동통신 3사가 인빌딩 중계기나 28GHz 주파수 등을 활용해 본격적인 구축에 나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 결과만을 갖고 어느 사업자의 품질이 우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올 1월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정부가 다중이용시설 측정 장소로 이용한 놀이공원, 대형점포, 백화점, 영화관, 전시장, 대학교, 여객터미널 등에 구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측정 기준으로 삼은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이용자들이 많지 않은 곳을 우선적으로 구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연말 품질측정 계획 좀 더 세밀해야
결과적으로 지디넷코리아가 측정해 본 ‘옥외’ 뿐 아니라 ‘다중이용시설‧교통 인프라’에서의 품질은 정부 발표 순위와 달랐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LTE 품질평가 때와 달리 5G에서는 이용자들의 상시평가 결과 역시 다운로드 평균속도가 622.67Mbps로 정부가 측정한 656.56Mbps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본지가 측정한 옥외, 다중이용시설에서의 속도 역시 716.3Mbps, 722.1Mbps로 약간 높은 수준이었지만 정부나 이용자 상시평가 결과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50회와 5회 측정 결과에서 나온 오차 수준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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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5G 품질평가를 검증해 보기 위해 테스트를 실시하면서 정부가 보다 이용자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사용하는 용어 역시 이용자 눈높이 맞지 않는 행정동, 가용률, 접속률, 전송률, 손실률, 전환율 등 너무 어려운 용어가 많습니다. 어떤 곳들에서 어느 정도의 속도가 나오고 평균 속도가 얼마나 되는 지를 알려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