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환의 EV세상] 고가 전기차 보조금 제한, 누가 득 볼까?

실행 시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 타격...사회적 합의 기준 마련해야

카테크입력 :2020/08/16 10:23    수정: 2020/08/16 10:39

아직 뼈대를 갖추지 않은 고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한 검토 방안이 논란이다.

특정 업체를 겨냥해 만든 방안일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있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연 고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한이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까.

이같은 방식이 고수되면 오히려 출시 예정인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직 고가 전기차에 대한 금액 기준이 나오지 않으면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더구나 메르세데스-벤츠 EQC처럼 보조금 혜택을 받게 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차종들도 있기 때문에, 형평성도 정부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아직 고가 전기차 보조금 제한에 대한 행정적 절차를 착수하지도 않았다.

급속충전중인 메르세데스-벤츠 EQC 전기차 (사진=지디넷코리아)

테슬라 판매 증가되자 등장한 ‘고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한론’


고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한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는 사실상 테슬라 판매 증가와도 관계가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순수 전기차의 올해 상반기 등록대수는 2만2천8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0% 올랐다. 이중 테슬라 모델 3는 6천839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은 4천139대, 기아차 니로 EV는 2천72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새로운 승용 전기차를 내놓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요 전기차 모델들의 판매가 테슬라 모델 3보다 뒤처지게 됐다.

이같은 판매 추이는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내년 초 아이오닉5(NE)를 내놓고 그 다음에 기아차에서 CV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에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 판매는 사실상 테슬라 모델 3가 독주할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에 빨간 불이 켜지자, 일부 언론사와 자동차 관련 국내 협회들은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고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 3

하지만 이 주장이 설득력 없다는 반론도 있다. 

1억원대 모델 S와 모델 X는 월 판매가 수백대 이하로 판매량이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테슬라의 전체 차량 상반기 판매 대수는 7천79대인데, 이 중 5천369만원부터 판매가부터 시작하는 모델 3는 전체의 96.6%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모델 X의 경우 출시 초기부터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혜택 명단에 들어가 있지도 않은 전기차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최근 경기도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민주당 K-뉴딜위원회 주최 미래차간담회에서 “고가 차량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한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짧게 말했다. 각 협회 등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해 내린 결론을 짧게 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홍 차관은 행사 후 지디넷코리아와의 만남에서 “(테슬라 같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모델을 제외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할 사항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기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롯데월드몰에서 충전중인 재규어 I-페이스 (사진=지디넷코리아)

고가 전기차 보조금 제동걸면 제네시스 전기차 판매 타격


보조금 지급에 제한을 걸 수 있는 고가 전기차 금액 기준은 1억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같은 업계 관측이 환경부 정책으로 실제로 반영된다면 테슬라 모델 S뿐만 아니라 재규어 I-페이스, 벤츠 EQC 등이 영향권에 포함된다. 해당 차량들의 보조금을 제외한 판매가격은 1억원이 넘는다.

판매가 5천만원대~6천만원대 전기 차량의 보조금 제한을 걸어둘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최고급 프리미엄 트림의 세제혜택 후 판매가격이 4천890만원이며 내년에 출시될 아이오닉5의 가격도 이와 비슷하거나 5천만원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정부가 이 가격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한을 둘 경우, 실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살 메리트가 떨어질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보조금 지급 제한 기준을 1억원대 전기차로 정하게 되면 결국 내년 이후부터 출시될 예정인 제네시스 전기차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오는 2021년 500km 이상 주행가능한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차는 지난 2017년부터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네시스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회사 측이 제시한 제네시스 전기차의 주행거리 목표는 500km 이상이다. 현재 일반 도로 테스트 중인 G80급 세단형 전기차가 이 목표를 반영시킬 수 있는 모델이 될 전망이다.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를 현대차가 만들려면, 더 높은 모터 사양과 용량, 그리고 더 높은 리튬이온 배터리팩 등을 사용해야 한다. 결국 더 좋은 부품이 들어갈수록 가격이 상승되기 때문에 판매가가 1억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전망과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제네시스는 현재 개발중인 소형 전기차 JW에도 큰 힘을 쏟을 전망이다. 애초부터 현대차는 JW와 G80급 전기차 출시 등으로 전기차 분야에서 투트랙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듯을 전한 바 있다.

수입차 업체 중 정부의 고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한 검토에 우려를 나타낼 수 있는 기업은 벤츠코리아다. 전기차 EQC의 경우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 후 8개월만인 지난 6월 보조금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정부가 차량 보조금 제동을 걸게 되면 역대 판매 전기차 중 가장 짧은 기간 내 보조금 혜택을 받은 전기차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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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이번 정부의 정책 결정에 따라 수 많은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 전략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논란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인 합의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만약 사회적 합의 기준 없이 고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제한된다면 업계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주요 전기차들이 유럽이나 북미 등에 진출했을 때 보조금 혜택 등으로 판매가 잘 됐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기억해야 한다”며 “만약 고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한이 걸릴 경우, 이로 인한 무역 역차별 등이 발생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