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내년부터 생산할 외장 그래픽카드용 칩셋인 'Xe HPG' 전체와 서버용 그래픽칩셋인 Xe HPC '폰테 베키오' 중 일부 부분을 자체 생산이 아닌 외부 업체 생산으로 돌리기로 결정했다. 이들 칩을 생산할 업체로는 대만 TSMC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11일 진행된 '인텔 아키텍처 데이'에서 라자 코두리 인텔 수석 아키텍트(부사장)는 "GDDR6 메모리를 탑재하고 하드웨어 기반 레이트레이싱 기능을 갖춘 외장 그래픽칩셋인 Xe HPG를 내년에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타이거레이크에 내장되는 Xe LP와 노트북용 외장 그래픽칩셋인 DG1은 인텔 10nm 공정(슈퍼핀)에서, Xe HPG와 Xe HPC 중 일부 부분을 외부 시설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 부하 늘어나는 10nm 공정 고려한 선택
인텔이 Xe HPG를 자체 팹이 아닌 외부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된다. 먼저 10nm(나노미터) 공정에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인텔은 10nm 공정에서 10세대 코어 프로세서(아이스레이크)와 v프로 코어 프로세서, 하이브리드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있다. 다음 달 출시를 앞둔 타이거레이크는 물론 데이터센터용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역시 10nm 공정에서 생산된다. 여기에 외장 그래픽칩셋까지 자체 생산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7nm 공정이다. "자사 10nm 공정이 타사의 7nm와 상응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인텔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가장 큰 경쟁사인 엔비디아와 AMD 등이 7nm 공정에서 생산된 그래픽칩셋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인텔이 10nm 공정을 내세우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뒤처진다'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크다.
■ Xe HPG 등 위탁 생산, 대만 TSMC 유력
인텔 그래픽칩셋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체로는 대만 TSMC를 꼽을 수 있다. TSMC는 2017년 애플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될 A11X 칩을 7nm 공정에서 생산한 이후로 퀄컴 스냅드래곤, AMD 라데온, 라이젠 프로세서 등 다양한 반도체를 생산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말에는 대만 공상시보(工商時報)가 "인텔이 TSMC와 6nm 공정을 통해 웨이퍼 18만장 규모의 칩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프로세서 위탁생산'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텔은 반도체 소재부터 내부 연결구조(인터커넥트)까지 개선한 슈퍼핀(SuperFin) 등 공정을 올해부터 가동하기로 했고 내년에는 이를 더욱 개선한 '향상된 슈퍼핀(Enhanced SuperFin)' 공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10nm 자체 생산을 하루아침에 포기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7nm 공정 외부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는 인텔 밥스완 CEO의 발언은 프로세서보다는 그래픽칩셋 위탁생산에 국한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삼성전자, 엔비디아 '암페어' 생산
삼성전자 역시 EUV(초자외선) 기술을 적용한 7nm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메모리나 엑시노스 AP 등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의 반도체만 생산해 왔다. 수백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되고 100W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는 그래픽칩셋에 대한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엔비디아가 3분기 이후 출시할 지포스 RTX 30시리즈(개발명 '암페어')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길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TSMC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 여력에 여유가 있는 삼성전자 시설을 활용해 칩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한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TSMC는 애플 A시리즈 프로세서와 AMD 라이젠·라데온 칩 등을 위탁생산하는 데다 올 연말에 출시될 애플 자체 프로세서인 '애플 실리콘' 생산도 전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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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은 "TSMC의 7nm 공정 생산 능력은 2021년 상반기까지 완전히 채워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그래픽칩셋 위탁생산 시설과 규모 등에 대한 지디넷코리아 질의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