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첫 회차인 한국금융연수원 인증시험인 '금융 디지털 전환(DT) 테스트'를 응시했다. 금융의 디지털화는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에 이를 취재하는 기자도 금융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 시험은 당초 예정했던 고사장보다 한 고사장을 늘리는 등 응시 열기가 뜨거웠다.
시험은 지난 7월 18일 서울 모 중학교에서 실시됐다. 이날 발열 체크를 위해 운동장에 늘어선 응시자의 줄만으로도 금융의 디지털 전환에 걸맞은 역량 제고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총 80문제 객관식 4지선다형으로 출제됐다. 시험 시간은 90분. 그런데 시험 문제를 받아든 직후 이게 디지털 전환 지식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시험인가 의심스러웠다. 대부분 문제들이 정부가 최근 시행하고 준비하는 정책에 대해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데이터 3법 이후 가져올 변화에 대해 묻기보다는 데이터 3법 설명 중 틀린 것을 골라내야 했고, 오픈뱅킹·마이페이먼트 등 금융당국의 추진 과제를 얼마나 잘 아는지 테스트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요 국내 핀테크와 주요 사업을 바르게 짝짓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였다. 예를 들어 '뱅크샐러드'와 '간편송금'이 연결됐다면 틀린 답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뱅크샐러드가 간편송금업을 준비 중이거나 시행한다면 이 문제는 의미가 없어진다. 보기 중엔 '데일리금융그룹'도 있었다. 이들은 이미 사명을 '고위드'로 바꿨다.
디지털 마케팅 분야 시험은 더욱 가관이다. '쇼루밍족'·'역쇼루밍족'·'모루밍'과 같은 용어를 묻는 문항도 있었다. 이것들은 알면 좋지만 어디에도 안쓸 것 같은 용어들이다. 쇼루밍은 오프라인 매장서 제품을 살펴본 뒤 온라인 최저가로 구매하는 쇼핑족, 역쇼루밍은 온라인서 제품을 파악한 후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족, 모루밍은 오프라인 매장서 제품을 구경하고 실제로 모바일 쇼핑을 통해 구매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쇼루밍과 모루밍의 경계가 애매해졌고 인터넷뱅킹도 저물어가는 시대에 쇼루밍과 모루밍을 굳이 시간을 할애해 구분할 이유를 반문하고 싶었다.
문과생이라 생소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했던 디지털 금융 기술 부문 시험은 뭘 묻고 싶었는지 궁금했다. 수험서인 '디지털 금융의 이해와 활용'에선 기본 기술 개념과 금융사에서 이를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하게 했지만, 시험은 세부 기술의 이름을 맞히는 것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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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험의 합격자 수는 2천510명이었다. 한국금융연수원은 총 응시생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은행들이 만든 기관인만큼 총 응시생 수를 공개할 경우 불필요한 경쟁을 촉발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총 응시생이 공개됐다면 이 시험이 얼마나 변별력이 떨어졌는지, 예비 금융인에게 받는 시험 응시금액 4만원이 잘 쓰였는지 반발을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금융 정책의 궤를 아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의 흐름과 역량 제고는 한 권의 수험서를 달달 외듯이 읽고, 정책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묻는게 디지털 전환 테스트 인증시험인지는 돌이켜봐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 관한 역량이 과연 이런 필기 테스트로 얼마나 높은지를 평가하는 것은 그야말로 디지털 시대를 거스르는 역주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