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의 Newtro] 5G 품질평가 왜 했을까

데스크 칼럼입력 :2020/08/06 15:23    수정: 2020/08/06 15:24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 1회 실시하던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를 5G에 대해서만 상‧하반기 2회를 실시키로 하고, 상반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왜 5G 대해서만 유독 다른 대우를 한 것일까요. 5G는 아직까지 전국망이 촘촘히 구축돼 있지 않고, 지하나 빌딩 안 등에서는 서비스조차 잘 되지 않는데 품질평가란 말이 어색합니다.

일단, 과기정통부는 권역별 인구수와 행정구역 분포현황을 고려해 평가지역 수를 분배하고, 옥외는 약 30%, 주요 다중이용시설과 교통 인프라는 약 70% 비중으로 선정해 품질평가를 실시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70% 비중을 차지한 교통인프라에서는 이통 3사가 지하철(지하 역 기준)역은 649곳 중 313개만을, 주요 고속도로 32개 구간 중에 22.33개 구간에만 구축했다고 합니다.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된 서울‧수도권 458개 지하역 중 이통 3사의 평균 구축 개수는 122개였습니다.

다중이용시설은 대형점포, 백화점, 여객터미널, 대형병원, 전시장 등 3사 평균 약 1천275개가 구축됐다고 발표했는데, 수도권과 6대 광역시의 전체 다중이용시설이 몇 개인지, 얼마나 구축됐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평가란 것은 약속된 일정 시점을 정해 테스트를 하는 것이 상식적인데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평가는 당사자들로부터 불만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더 우려할만한 것은 이런 결과가 여러 억측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입니다.

발표 이후 대다수 언론들은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5G가 4배 빠른 것에 그쳤다는 뉴스를 쏟아냈습니다. LTE는 지난해 품질평가에서 158.63Mbps를 기록한 반면 ‘속 터지는’ 5G는 656.56Mbps에 그쳤다는 것이죠.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소비자를 기만한 통신사 5G 유도 정책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국내 이통 3사는 삼성전자,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등 4개 사업자의 5G 장비를 사용 중인데, 이번 결과로 인해 특정 사업자의 장비가 우수하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얘기하려면 단일 사업자가 동일한 네트워크에서 다른 장비를 사용했을 때 성능을 확인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인데 엉뚱한 곳에서 이 같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LTE도 첫 시작은 100Mbps 속도 이하였습니다. 이후 LTE-A, 광대역 LTE, 광대역 LTE-A 등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현재의 LTE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LTE도 이론상 1Gbps의 속도가 가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이 정도인 것이죠. 현재 통신사들이 3.5GHz 대역만을 이용해 5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후 28GHz 등을 활용하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 3사는 2018년 6월 정부로부터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할당받았습니다. 3.5GHz는 SK텔레콤과 KT가 1조2천185억원, 9천680억원, LG유플러스는 8천95억원에, 28GHz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각각 2천78억원, 2천73억원, 2천72억원에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정부는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3.5GHz 대역은 기지국 수를 15만국으로 하고 3년 15%, 5년 30%, 28GHz는 기준 장비 수 10만대로 하고 3년 15% 구축 의무를 부여했습니다.

그럼 통신사들이 구축 의무를 소홀히 해 5G 서비스가 형편없는 것일까요. 이미 통신사들은 정부가 중요 정책으로 추진 중인 4차산업혁명 등에 맞춰 구축 의무를 초과 실현하고 있습니다. 또 코로나19와 디지털 뉴딜 정책에 맞춰 조기 구축까지 약속한 상태입니다.

지난달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올해까지 4만5천개의 5G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지만 이미 12만개를 설치했고 목표를 훨씬 상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통상 주파수를 할당받게 되면 이용기간의 절반이 지났을 때 구축의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2018년 6월 할당받을 당시 3.5GHz 대역은 이용기간 10년, 28GHz가 5년으로 받았으니 구축이행 점검도 3.5GHz 대역은 2023년, 28GHz는 올해가 지나야 됩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상 품질점검을 이유로 일반적으로 연말에 발표하던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를 예외적으로 상‧하반기로 나눠 실시했습니다. 결과가 좋을 리 없다는 걸 과기정통부가 모를 리 없었을 겁니다.

사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란 타이틀을 위해 야간 상용화라는 무리수를 던졌을 때부터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과기정통부는 왜 품질평가를 실시한 것일까요.

이에 대해,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지난해 품질 이슈가 많았고 올해 코로나19 이후 수출도, 소비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지역 투자 촉진하고자 했다”며 “눈높이에 맞는 품질을 조기에 확보하고 경쟁적 투자를 통해 투자 증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두 번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정부가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 할 때는 통신사의 투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LTE 때보다 느슨한 구축 이행계획을 부과했지만 속내는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판 뉴딜의 기본 인프라가 5G이니 투자 속도를 내 달라는 것을 품질평가란 핑계를 댄 것이죠.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평가를 실시하면서 투자를 종용하는 것이 참 구차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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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아무도 해본 적 없는 5G 서비스이기에 비싼 가격에 장비를 구입하고, 값비싼 단말을 확보해야 하는 등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 줄 뻔히 아는 정부이니까요.

소비자들도 100만원이 훌쩍 넘는 단말을 구매하기 위해 5G 서비스에 가입한 것인지, 5G 서비스를 위해 비싼 단말을 구매한 것인지 합리적 소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