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피스톤 하도급 업체 A사의 기술자료를 다른 기업에 제공한 현대중공업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천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사는 1975년 설립된 엔진부품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중소기업벤처부에서 선정한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이다.
현대중공업은 2000년에 개발한 디젤엔진에 사용되는 피스톤을 A사와 협력해 국산화했다.
피스톤 국산화 이후 A사에서 피스톤을 공급받아온 현대중공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제3 업체인 B사에 A사의 기술자료를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B사에 제공한 자료는 자신이 제공한 사양을 재배열한 것에 불과하며 단순 양식 참조로 제공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B사에 제공된 기술자료에는 사양 이외에 A사 기술(공정순서, 품질 관리를 위한 공정관리 방안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는 빈 양식을 보내면서 자료 작성을 요청한 반면에 B사에는 A사가 관련 내용을 모두 기입한 기술자료를 보냈다. 또 B사가 작성한 자료에서는 A사가 작성한 것과 동일한 오기가 동일한 위치에서 발견됐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 이원화 진행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이원화 완료 이후 A사에 단가 인하 압력을 가해 3개월 동안 단가를 약 11% 인하했고 이원화 이후 1년 내에 A사와 거래를 단절하고 거래처를 변경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원화를 진행한 2015년 3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제품에 불량이 있음을 언급하거나 요구목적을 언급하지 않고 A사에 작업표준서와 지그 개선자료를 요구해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 작업 표준서를 요구하면서 응하지 않으면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하자 발생에 따른 대책 수립 목적으로 해당 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요구도 포함돼 있었고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한 요구도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은 또 2014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A사에 4M(인력, 장비, 재료·부품, 공정) 관련보고서, 검사성적서, 관리계획서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A사에 포괄적으로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제공하지 않으면 별도 조처를 할 수 있으며 향후 발주물량을 통제할 것이라고 해 A사가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요구에 정당한 사유는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도 법정 사항에 대해 사전에 협의해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에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라도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 명령했다.
또 현대중공업이 A사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에 대해 9억7천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에 부과된 과징금 9억7천만원은 그동안 기술자료 유용행위로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가장 큰 액수다.
문종숙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과징금 기준금액이 상향된 새로운 과징금 고시에 근거,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된 첫 번째 사례”라며 “기술자료 유용행위는 법 위반 금액 산정이 곤란한 특징이 있고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간주해 6억~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특히, 1천100여명의 심사·심판관으로 구성된 특허청 기술전문가 풀을 활용한 기술성 분석으로 판단 전문성을 높였다.
문 팀장은 “특허청 전문가들의 기술자료 분석에 근거해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었으며 기술성에 관한 소모적 논쟁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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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현대중공업(옛)은 1019년 6월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변경한 후 조선 관련 사업 부문 전부를 분할하면서 현대중공업(현)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