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디지털 기술 확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확산된 비대면 거래 환경에 부응하는 한편,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떠오른 젊은층을 공략하려는 포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는 각기 다른 전략을 앞세워 디지털 전환 작업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고객서비스본부를 중심으로 30여 명 규모의 태스크포스를 꾸려 '페이퍼리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반기 중 모든 대면업무를 디지털화한다는 목표 아래 보험이나 대출 등 업무 서식을 전자문서로 바꾸고, 영수증 등은 소비자의 모바일 기기에 곧바로 전송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측은 "하반기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비대면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배려해 순차적으로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도 인공지능(AI) 등 기술역량을 확보하고 데이터 분석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업무 자동화 전략과제를 추진하며 디지털 역량 내재화에 힘쓰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엔 디지털 정보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그 일환으로 삼성생명은 올해 중 소비자가 직접 휴대폰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모바일 전자 청약을 선보인다. 또 지문정보를 활용하는 바이오 전자서명 시스템, 콜센터에 수집된 음성과 텍스트를 분석해 소비자 응대 프로세스에 반영하는 VOC 자동 분류·요약 모델 등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한 한화생명은 이달 '스마트폰을 활용한 언더라이팅(신계약 심사) 보완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이는 신계약 체결과정에서 자필서명이 추가로 필요한 경우 FP(재무설계사)를 만나지 않고도 소비자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체계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URL 접속으로 보완 내용을 확인한 뒤 본인 인증을 거쳐 서류에 서명하면 된다.
한화생명 측은 해당 프로세스 도입에 따라 매월 총 2만2천 시간이 절약되고, 불완전판매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역시 빅데이터 심사예측모델을 활용한 '우대심사 서비스'를 출시했다. 해당 모델의 스코어링 결과에 따라 높은 점수의 소비자에게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의적서류를 면제한다.
오렌지라이프는 심사자 관점에서 승낙과 거절 확률에 대한 가설을 수립하고 소비자와 설계자 상품 정보 등 변수를 적용해 '우대심사 서비스' 알고리즘을 도출했다. 향후 심사예측모델을 고도화해 혜택 제공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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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흥국화재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적용 범위를 넓혔다. 'RPA 파일럿'을 통해 10개 과제를 구현한 데 이어 지난 15일엔 정보 입력과 검색, 지표 점검 등 32개 단순 업무에 RPA를 적용했다. 동시에 RPA와 딥러닝 기반 OCR(광학식문자판독)을 접목해 각종 서류의 데이터 인식률을 높이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 등으로 영업 환경이 크게 변화한 만큼 보험사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면 차별화된 서비스를 발굴하고 소비자와 소통을 늘리는 한편, 업무시간까지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